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 이번 3.1절은 기미독립선언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시민단체나

문화예술계 등 여러 기관에서 행사를 했고 그 형태와 개념들이 많고 다양하다 보니 오히려 상충되고 국론이 분열되는 느낌마저 들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독립선언문을 여러 번 읽어 보았다.

독립선언문을 요약해 보면 먼저 독립 선언의 취지와 정당성을 주장했고, 둘째 국권 침탈의 피해와 조선이 독립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표명 했으며, 셋째 병자수호조약이후 약속을 저버린 일본의 신의 없음이나 옳지 못함을 책망하지 않고 우호적인 새 시대를 마련하여 동양 및 세계의 평화와 아울러 인류 복지에 기여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넷째 힘의 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는 때에 세계의 변화하는 물결을 타고 전진하자는 독립 기운의 도래와 우리의 결의를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행동 강령인 공약 삼장에서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치닫지 말고, 마지막 한 사람, 한 순간까지 민족의 올바른 의사를 시원하게 발표하며,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의 주장과 태도가 어디까지나 공명정대하게 하라’ 고 끝맺는다.

금년 3.1 절에는 덕수궁 돌담을 백색 천으로 둘러친 ‘100년만의 국장’ 행사를 3.5일까지 했는데 이는 1919년 3월3일에 있었던 고종의 장례를 기리기 위한 행사였다. 작년엔 고종이 민비를 잃고 러시아 공관에 피신한 ‘고종의 길’ 을 만들었는데 두 행사 모두 미화해도 되느냐고 지적하는 기사도 있었다. 아무튼 행사는 많으나 올바른 정신이 느껴지지 않는다. 행사 과정이나 종료 후 본래의 취지를 모르거나 망각하지 않았는지 걱정 된다.

그래서 독립선언문 정신에 비추어 우리의 갈 길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일본을 규탄하고 대한제국을 동정하며 미화하는 분위기 속에만 갇혀 있지 않았나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만행을 증오하고 탓하다가 이제는 그 끝이 국내로 돌려져 민족 간 분열을 했으니 남 ․ 북간의 대치가 그렇고 대한민국 내에서도 남 탓만 하고 있다. 구 한 말의 경술국치도 쇄국과 개방의 자중지란 속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 그런가 하면 일본은 근대에 와서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통일 된 국론으로 반세기 만에 해양대국이 되어 지금까지 세상에서 제일 강대하다던 중국을 거꾸러뜨리지 않았는가? 정체성과 쇄국이 다름을 알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피해자 의식만 갖지 말고 우리가 실패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누구로 부터인지 또 언제 부터인지 피해자 의식에 갇혀 나라 빼앗긴 구 한 말의 부패상을 지적하면 친일로 몰리는 정서 속에서 우리는 언제 극일(克日) 하겠는가? 최근 한국과 일본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 같은 양상이다.

이런 시기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다.

1969년 3.1 운동 50주년 기념식에 가나야마 마사히데(金山政英 )주한 일본 대사가 참석 했다. 한․ 일 수교 54년 동안 3.1절 행사에 참석한 유일한 일본 대사다. 그 후 가나야마는 ‘현해탄의 가교’ 라는 글에서 “과거 일본 관헌이 자행한 행동들이 불행하고 나쁜 짓이었다는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주한 일본 대사가 한국 국민이 두려워서 언제까지나 3.1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와 국민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내가 당시의 의의 깊은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었다.” 고 회고 했다. 가나야마는 일본기업들로부터 포항 제철을 비롯한 한국 경제 건설에 협력을 이끌어 낸 업적이 있고 사후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파주시에도 그의 묘지가 만들어졌다. 박 정희 대통령 또한 가나야마 대사를 배려하여 3.1운동 50주년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은 최소화하고 “3,1운동이 거국적 투쟁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국력이 약했기 때문이라며 국력배양에 힘쓰자”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정의 없는 힘은 야만’ 이지만 또한 ‘힘없는 정의도 무능’ 이다. 이런 과정들이 쌓여가는 것을 소위 ‘신뢰프로세스’ 라고 할 수 있으며 이렇게 점차 신뢰가 쌓여서 좋은 한․ 일 관계를 통해 한․ 중․ 일 등 주변국과의 평화와 번영이 가능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3.1절 100주년에 즈음하여 평화롭고 부강한 나라가 되려면 역사를 아는 민족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 안이 안정 되어야하고 안정되기 위해서는 정의롭고 부지런해야 한다. 정치 체제가 왕정에서 민주공화정이 되고 경제적으로는 역사 이래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었지만 양심, 근면, 배려, 검소함 등 민주시민 역량은 한참 부족한 것 같다. 다시 한 번 기미독립선언문을 읽으면서 우리 모두 선언문의 정신을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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