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방식 고집 30년…5월 전통 장작가마에 불 지펴
(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5월이면 옥천에서 30년 동안 전통 방식을 고집하며 도자기를 굽고 있는 여류도예가가 가마에 불을 지피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 산자락에 자리 잡은 ‘옥천요(窯)’에는 요즘 장작 패는 소리가 가득하다. 도자기를 구워 낼 소나무 땔감을 마련하는 담월(潭月) 이숙인(71) 도예가의 아들 최석호씨가 내는 소리다. 그 옆 작업장에는 이 씨가 반죽된 흙을 물레에 올려놓고 성형작업을 하고 있다.
이 씨는 경상북도무형문화재 도천 천한봉 선생의 맏제자다. 20대 후반 우연히 천 선생의 찻사발 하나를 선물로 받고 곧 바로 도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 씨가 처음 도예가로 자리 잡은 곳은 대전 유성구 원내동이다. 그곳에서 10년 정도 도자기를 빚다 이곳 옥천으로 터를 옮겨 옛 방식 그대로 도자기를 굽고 있다.
재료는 흙 좋기로 소문난 경남 산청과 충남 태안 등지에서 직접 공수해 온다. 잘게 빻은 흙을 물에 넣고 저어주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이 진흙이고 그 위에 떠 있는 흙탕물이 ‘톳물’이다. 이 ‘톳물’을 수없이 반복해서 체로 받쳐 내면 알갱이가 고르고 철분이 들어 있지 않은 고운 입자가 모인다. 이것이 이 씨가 만드는 도자기의 원료가 된다.
반죽된 흙을 물레에 올려놓고 도자기를 빚는 것부터 초벌구이, 문양 넣기, 유약 바르기, 재벌구이에 이르기까지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그는 무엇보다 전통 장작가마를 이용해 자기를 굽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 씨는 “화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스나 전기 가마와 달리 장작 가마는 온도, 바람 등 외부 조건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지각색의 도자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의 전통 가마는 인근 보은, 영동, 대전을 둘러 봐도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제 아들과 함께 도자기의 실용화에 애쓰고 있다. 감상용으로 전시장 속에 갇혀 있는 예술작품에서 벗어나 차, 음식 등을 담아 손님을 맞이하는 그릇으로 쓰이는 게 도자기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는 5월에는 올해 두 번째로 장작 가마에 불을 붙일 예정이다. 한 번 불을 붙이면 2000점 정도의 도자기가 탄생한다.
이 씨는 “도자기를 직접 빚고 가마로 굽는 체험은 할 수 없지만 옥천요 방문은 누구든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02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스승인 천한봉 선생과 사제 간 전시회를 연데 이어 지난해 대전 고트빈갤러리 모자 전시회까지 19차례의 작품 전시회를 가졌다. 2015년에는 경기도 중학교 2학년 미술교과서에 그의 이름과 작품 ‘연잎 5인 다기’가 실리기도 했다. 옥천 이종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