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충청권 254개 농협.축협.수협.산림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하는 ‘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끝났다. 대전.세종.충남.북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 1억원이던 선거범죄 신고포상금을 3억원까지 높여 돈선거 차단에 주력했었다. 그러나 선관위의 이같은 원칙에도 선거 막판까지 혼탁 양상이 이어졌다. 대전.충남에서만 50여건의 불·탈법 선거로 42명이 입건되는 등 구태가 여전했다.

유형별로는 기부행위가 가장 많았고, 전화 이용 불법 선거운동, 허위사실 공표, 호별 방문 순이었다.

충남 한 농협 조합장 후보 배우자 A씨는 지난 2월 조합원에게 "다른 사람들과 나눠 써라"며 100만원을 주고, 마을 이장도 이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조합원에게 20만원을 준 혐의로 각각 검찰에 고발됐다. 홍성 한 농협 조합장 선거에 나설 예정이던 B씨도 지난해 4월 "선거 때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 조합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식사를 제공받은 조합원이 과태료를 물어내는 일도 발생했다. 아산 한 농협 전 조합장인 입후보예정자 C씨는 지난 1월 조합 건의사항 수렴 명목으로 조합원 6명에게 24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 후보자에게 식사를 제공받은 조합원 6명은 1인당 제공받은 음식물 가액의 30배인 79만9800원씩 총 479만8800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처럼 조합장선거가 치열하고 혼탁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조합장이 누리는 권한과 이권이 한마디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조합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만 억대의 연봉에다 그에 못지않은 업무추진비는 물론 직원들의 인사권까지 좌지우지한다.

다행인 것은 이번 선거에 표를 던졌던 조합원들의 눈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대전 진잠농협 한 조합원은 '마지막까지 투표장에서 현명한 결정을 했고, 혈연·지연 때문에 판단이 흐려질 수 있었지만 냉정하게 한표를 행사했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조합장선거는 마을선거가 아니다. 어떤 후보가 조합장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향후 조합경영은 물론 지역의 농산업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이번 조합장선거는 우리 사회에 지극히 사적인 이해관계가 공적인 명분이나 가치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숙제도 동시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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