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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에세이/ 귀농의 꿈과 현실
동양 에세이/ 귀농의 꿈과 현실
  • 동양일보
  • 승인 2019.03.14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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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재 단양군어상천면 부면장
허순재 단양군어상천면 부면장

(동양일보) 최근 몇 년 사이 귀농, 귀촌 붐이 일고 있다. 은퇴 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붐 세대를 비롯하여 젊은 청년들까지 농촌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겠다고 산골 마을을 기웃거리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농촌 마을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여 농사를 짓고 있고 더러는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들 중에 일부는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새로 지은 집과 농토를 부동산에 내놓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른바 귀촌인 이라 불리는, 어느 정도의 생계능력을 가지고 전원생활을 즐기러 온 이들은 약초 캐고 텃밭이나 가꾸면서 그럭저럭 적응해 나가지만,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자식교육까지 해결해야하는 귀농인들에게 농사는 장난이 아니다.

“땅 파고 씨 뿌리면 가을엔 거두는 거 아닌가?”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농사일을 거들며 자란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주말을 이용해 조그만 땅뙈기에 이 것 저 것 심어 보았는데 한 번도 내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고구마 100포기를 심어 50개를 못 거둔 적도 있고, 작년에 심은 들깨는 아예 잡초에 묻혀 들깨 싹을 찾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성경 말씀처럼 뿌린 대로 거둔다면 누가 농사를 팽개치고 그 복잡한 도시의 전쟁터로 떠나겠는가? 농사는 기본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인내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장마가 끝난 여름날 김을 매겠다고 밭고랑에 들어가 보라. 하늘에서 내리쬐는 열기에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 찬 열기를 더하여 땀과 흙이 범벅이 되는 그건 또 하나의 지옥이다.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까지 극복해야 하는 노력을 생략한다면 뿌린 씨앗의 절반도 돌려 주지 않는 것이 농사다.

요즘 시골에서도 큰 규모의 농사는 조금 편하게 농사를 짓는다. 기계와 농약 그리고 외부 노동력이 힘든 농사일의 상당 부분을 대신해 준다. 인근 도시에서 일꾼들을 모셔와 작업지시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이들도 이른 봄부터 초겨울까지 마음 편하게 쉴 날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농산물을 팔아도 그 중에 60%는 투자비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퇴비, 비료, 농약, 유류대,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인건비라고 한다.

매년 오르는 인건비 때문에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진다.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어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여름 들판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40%가 온전히 남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기상재해와 병충해, 야생동물, 무엇보다 심각한 농산물 가격, 이중에 한 가지라도 결려들면 투자비도 건지지 못하고 농협 빚만 늘어난다.

이제 농사도 일종의 투기가 되어 버렸다. 작년에 어떤 작물의 가격이 좋았다고 소문나면 너도나도 그 작물로 몰려 가격이 폭락하기 일쑤다. 최근 아로니아 가격의 폭락이 좋은 예다. 병충해도 없고 아무 곳에나 심어 놓기만 하면 돈이 된다고 너도나도 아로니아를 심었다. 특히 농사에 경험이 부족한 귀농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두 번 망치더라도 한 번만 제대로 걸리면 한 몫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전통적인 곡류농사보다는 과일과 채소, 특용작물 농사에 ‘올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설픈 준비와 맨 몸으로 뛰어들기에 농촌은 만만찮은 삶의 현장이다.

적어도 귀농하여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충분한 준비와 현장에서의 확실한 체험이 필요하다. 인구 늘이기를 위하여 귀농인 유치에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자치단체도 귀농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영농 체험장이나 교육 시설부터 마련하여 어렵게 귀농을 결심한 이들이 상처를 안고 되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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