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 )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 鬼 )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도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소설가 김승옥이 1964년 사상계에 발표한 무진기행의 내용이다.

지면에 물방울이 모인 것이 안개라고 한다. 안개낀 춘천의 공지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필자로서는 안개는 추억과 낭만의 연인들의 호흡 그 자체였다. 그러나 공업화로 스모그가 난무하고 안개처럼 자욱한 미세먼지때문에 한반도는 앞을 분간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우울한 일상이 되고 있다. 출퇴근 할 때 느끼는 괴산이나 보은은 공업도시도 아닌데 뿌옇게 미세먼지로 뒤덮여 눈이나 목이 따끔거려 도저히 다닐 수 가 없다. 전국 석탄발전소 절반이상이 충남·북지역에 있다고 한다. 매우 우려스럽다고 본다.

현재 만연하고 있는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2016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조사한 바로는 미세먼지30-40%는 중국에서 배출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석탄발전소가 2900여개나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국과 가까운 서해 쪽에 발전소를 중점적으로 건설한다고 하니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을 항의했다는 신문기사는 어디에도 없다.

미세먼지로 인한 폐해실태는 상당하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로 사망한 자는 우리나라가 1만5천여 명이 넘고 중국은 115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폐암보다 더 무서운 것인 미세먼지다. 문제는 국민모두가 미세먼지로 삶의 질은 낮아지고 있고 정상적인 일상을 역행하게 한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불만을 정부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그리고 풀어 나갈 것인가?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 국가들은 법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실현가능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먼저 탈원전정책에 대한 정부의지를 다시 재론해야 한다. 석탄 화력을 줄이고 대기오염에 안전성 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생산력향상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이 원자력을 사용하고 있고 건설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만이 탈 원전을 고집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두 번째는 환경시민단체들이 미세먼지에 대해 적극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 국민들을 대신해서 중국의 미세먼지문제를 비판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 시민의 위한 시민단체가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시민단체가 아니다. 시민을 위한 환경NGO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노후 차의 강력제재나 석탄발전소 퇴출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예 노후차량의 도시출입금지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오염에 대한 정부예산을 증액하여 공기 질을 청정하게 해야 한다.

네 번째는 정부는 미세먼지의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고 대책을 만든다고 흉내만 내서도 안 된다.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국가에 대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발생국가를 상대로 보다 강력한 통제 메시지를 발표해야 한다. 언제까지 눈치만 보려는 가. 항상 저자세로 나아가니 우리를 우습게보고 있다고 본다. 중국정부가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것은 대한민국을 별것 아닌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사태를 국가재난으로 선포하고 재난의 원인발생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너탓 네 탓 싸우지 말고 힘을 모아 재난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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