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준 희 논설위원 / 한국선비정신계승회 회장

(동양일보) 여기서 효가 모든 행실의 근본이 된다는 백행지원(百行之源)은 그만두자.

잠자기 전 부모님 침소에 들어 밤사이 안녕하시기를 여쭙는 혼정(昏定)과 이른 아침 부모님 침소를 찾아 밤사이 안녕히 주무셨나를 여쭙는 신성(晨省)도 그만두자.

집을 나갈 때는 반드시 부모님께 고하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아뢰야 하는 출필곡 반필면(出必告 反必面)도 막설하자.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멀리 나다니지 말 것이며 부득이 나가게 되면 반드시 그 가는 곳을 아뢰는 불원유 유필유방(不遠遊 遊必有方)도 말하지 말자.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자식도 고통을 같이해 일소지(一燒指) 삼소지(三燒指) 오소지(五燒指) 십소지(十燒指)로 손가락을 태워 고통을 함께 나누는 고통 공감도 말하지 말고, 한겨울에 잉어가 잡숫고 싶다는 어머니 말씀에 알몸으로 언 강을 녹여 잉어를 잡아다 어머니를 봉양해드렸다는 왕상의 왕상빙어(王祥氷魚)며, 역시 한겨울에 죽순이 잡숫고 싶다는 어머니 말씀에 노심초사 애태우다 천우신조로 죽순을 구해 어머니를 봉양해드렸다는 맹종의 맹종동순(孟宗冬筍)도 말하지 말자.

9순의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7순의 아들 노래자가 색동옷에 아장걸음으로 혹은 기고 혹은 넘어지며 재롱부리던 노래아희(老萊兒戱)도 말하지 말고, 종아리 때리는 어머니의 매가 전날 같지 않게 힘없음에 슬피 울었다는 한백유(韓伯兪) 백유읍장(伯兪泣杖)도 말하지 말고, 더운 여름에 부모님의 베갯머리에서 부채질을 해 드리고 추운 겨울엔 부모님 이부자리를 알몸으로 따뜻이 데워드렸다는 황향(黃香)의 황향선침(黃香扇枕)도 말하지 말자.

그러나 외로운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거나 자주 소식을 드릴 수는 있지 않은가.

세상에 뿌리 없는 나무 없고 가지 없는 나무 없듯이 사람도 부모 없는 자식 없고 자식 없는 부모 없다.

이럼에도 세상의 자식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땅에서 솟아난 듯 부모 은공 저버리고 저 혼자 자란 듯 불효를 일삼는다.

그러다 마침내는 부모를 버리고 부모를 때리고 부모를 시해까지 하는 천붕지괴(天崩地壞)의 강상지변(綱常之變)까지 생겨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70대의 노모가 8년 전 리비아로 돈 벌러 떠난 아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다 애끓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했다 한다.

“아들 하나 너만 믿고 일구월심 살았는데 그런 네가 떠난 지 8년이 되도록 소식이 없어 이 에미는 외로워 살 수가 없다. 그래 에미는 먼저 간다” 이것은 노모가 남긴 유서의 한 대목이다.

그러나 아들은 리비아에서 이미 불귀의 객이 되었고 노모는 이것도 모른 채 매일을 하루 같이 아들을 기다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의 자식 된 사람들아! 그리고 노부모를 버리다시피 한 자식들아! 세상에 무엇이 중하다, 무엇이 급하다 해도 부모님 모시는 것보다 더 중한 게 어디 있으며, 부모님 섬기는 일보다 더 급한 게 어디 있는가.

일찍이 대성(大聖) 공부자(孔夫子)는 형벌의 종류가 3천 가지나 되지만 그 중에서 불효막대보다 더 큰 것이 없다 했다.

세상의 자식들아!

늙으신 부모님을 애완용 강아지보다 못하게 생각하는 천벌 받을 자식들아! 너희는 풍수지탄(風樹之嘆)과 망운지정(望雲之情)도 모르는가.

풍수지탄은 풍수지감(風樹之感) 또는 풍목지비(風목(木)之悲)라고도 하는데 부모님께 효도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신 다음이어서 효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뜻이고, 망운지정이란 이렇게 돌아가신 부모님이 사무치게 그리워 견딜 수 없음을 일컬음이다.

세상의 자식들아!

말(馬)도 5대조 까지 알고 미물 까마귀도 제 부모에 효도가 극진해 반포(反哺)의 효조(孝鳥)라 부른다.

세상의 자식들아!

부모님 살아계실 때에 효도하여라.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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