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동양일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기초적인 의식주의 해결인 생존권과 문화를 비롯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생활권이 확보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민(民)의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기 위하여 부족국가들을 시작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을 조직하였고 각각에 역할과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민 모두가 형평성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일을,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의 상호 지원 및 협력 속에 민의 실제 생활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세밀한 민생행정을 펼치도록 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하늘(지침, 방향설정)이면서 땅이고, 땅이면서 하늘의 관계로 민의 복지창출에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게 한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가형성(state building)의 목적이고 정부존립의 존립근거이다. 한국은 정부가 수립된 지 70년이 넘었고 대한민국 법통이 계승되는 것으로 보는 중국 상하이의 민주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1919년 4월 11일을 기념 공휴일로 추진하고 있다. 철이 든다는 60세(늙어 감:예년艾年)를 지나고 마음대로 행동을 하여도 부끄럽지 않다는 70세의 불유구(不猶矩)를 지나 100세의 나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기초생활권이 위협받는 사각지대가 엄존하고 있단다. 한 달에 25만원이 전부인 소득으로 살고 있는 77세(김정자:여)의 노인이 있다. 복지관으로부터 부정기적으로 3만원의 후원금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봤자 28만원으로 기초수급자 1인 가구 생계비 51만 2102원의 절반 수준이다.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컴컴한데도 불을 켜지 못하고 어지간한 추위에는 보일러나 전기장판을 사용하지 않은 채 페딩을 입고 양말을 신고 지낸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게란 몇 개, 복지관에서 갖다 준 약간의 반찬뿐이다. 몸무게는 40kg, 목⦁허리 디스크 증상과 만성장염 때문에 잠도 깊게 못 잔다. 혈압이 150을 넘은지 오래되었다. 귀에 이상이 생겨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도 의료비를 댈 수가 없어 병원 진찰은 엄두를 못 낸다. 비수급 빈곤층의 현주소다. 비수급 빈곤층은 기초수급자와 다름없이 가난하지만 불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기준 때문에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 노인은 주민등록상 부양의무가 있는 아들 및 며느리와 같이 살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아들과 별거 중인 며느리가 친정으로부터 3년 전에 자그마한 집을 물려받으면서 기초수급자에서 탈락된 것이다. 이 노인과 같은 처지의 비수급 빈곤층은 93만명(2015년 기준)에 이른다. 이들은 기초수급자보다 훨씬 곤고(困苦)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현대가 지향하는 복지국가, 전 국민 평생복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매스컴에 상세히 보도되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는 정부의 임무와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거듭 짚어보고 민주 및 인권적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것을 강조해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양 의무자에 대한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기준을 합리적이고 현실 부합적이며 인권 보호적인 기준으로 바꾸어야 한다. 먼저 자치단체가 행정 및 주민자치 기구 등을 통하여 비수급 빈곤자를 면밀히 조사하고 그들로 하여금 기본생활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의 복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주민등록상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실제로 도움은커녕 짐이 되고 방해가 되고 있는 사실을 가려내어 빈곤당사자가 제외되거나 배제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맞춤형 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지방정부가 맡아야 한다. 지방정부가 형식적이고 땜질식, 임시응변식이 아닌 확고한 의지와 진정성을 가지고 성실히 접근하면 이러한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차제에 선심성 현금복지(충청북도,읍면동 단위 경로당관리자에게 10만원, 경로당 회장에게 5만원 지급은 무슨 목적인지 의문) 종류를 비롯하여 적합성, 형평성, 합리성, 타당성, 적정성, 가치성 등에 맞지 않는 것은 재검토 및 조정되어야 한다. 현금복지를 비롯, 필요이상의 복지는 복지의 참 가치를 훼손할 수 있음은 물론 여러 가지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여야 한다. 현 정부에서는 ‘포용국가’라는 이름으로 기초생활을 넘어 기본생활을 보장하겠다는 포부를 발표하여 다행이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빛 좋은 개살구, 선심성 구호에 그쳐 단명하게 하지 말고 국민모두가 인정할 수 있고 협력할 수 있는 내용을 구비하여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바늘구멍만한 허점도 누수염려도 없는 완전장치 및 모범답안을 작성하고 중앙과 지역이 하나가 되어 전 국민의 기본생활이 보장되는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 무엇보다 비수급 빈곤층의 기초수요가 충족되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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