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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자유의 개념과 교육개혁의 관계
풍향계/ 자유의 개념과 교육개혁의 관계
  • 동양일보
  • 승인 2019.03.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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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송 ESI 교장

 

한희송 ESI 교장

(동양일보) 역사는 자유를 찾아 표류하는 인간의 여정에 관한 기록이다. 따라서 역사에 있어서 시대구분은 자유의 의미와 그 형태에 관한 개념의 변화를 기준으로 삼는다. 근대(近代)는 자유라는 개념의 해석과 이를 실현할 사회시스템의 구축에 있어서 이전 시대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혁신적 기준을 제시했다. 르네상스가 제시한 인본주의(人本主義)는 오랜 기간 동안 자유의 새로운 정의와 이를 수행할 시민계급을 형성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목숨으로 혁명을 수행하고 나서 드디어 자유가 천부적(天賦的) 권리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나 근대의 자유는 외부와의 경쟁을 필연적으로 동반해야 했다. 이 세상이 모두 붉은 색이라면 ‘붉은 색’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듯이 존재라는 것이 경쟁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롭다면 이를 인식하는 일 또한 희미해질 것이었다. 그러나 온전한 존재가치의 현실적 구현은 인간에게 물리적 경쟁의 자유를 주는 것으로 이루어 질 일이 아니었다. 자유의 보장이 자유를 구속한다는 비논리가 곧 인간을 비통하게 했다. 양차 세계대전은 인류가 자유에 대한 순수한 욕망에 경도되어서 이 사실을 보지 못한 채 관념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결과였다. 근대를 '형식적 자유'의 시대로 폄하하며 '실질적 자유'를 행사하겠다는 ‘현대’에 대한 기대가 전쟁의 슬픔을 누구러트렸다.

우리나라의 현재의 교육개념과 시스템은 꾸준한 노력을 통해 변화해 온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발전을 통해 등장한 근대가 자신의 존재근거인 자유를 구현하고자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자유를 박탈하였듯이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꾸준한 진화를 시도한 결과 아이들로부터 교육자체를 제한하는 제도로 진화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역사 그 어떤 장면에서보다 더 많은 형식적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그렇게 부여된 자유를 스스로 누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청소년 자신들을 포함하여 그리 많지 않다.

1931년 오늘은 미국의 네바다(Nevada)주가 도박을 합법화한 날이다. 화려했던 컴스탁 광맥(Comstock Lode)시대가 부여한 실버 스테이트(Silver State)의 명맥이 끊겨갈 즈음 전개된 대공황 시대는 주정부로 하여금 자유의 한계 안에 도박까지 넣자는 아이디어를 주었다. 자유를 주면 휴대폰으로 게임만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자유’를 판단하는 기준은 휴대폰게임에 대한 접근성일 뿐이다. 그들에게 휴대폰 게임보다 나은 자유의 기회를 주었다는 생각은 그들이 아닌 어른들이 갖는 착각이다. 우리의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면 아이들이 그에 걸 맞는 자유를 얻기 위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키워나갈 것이다. 도박의 자유가 진정한 자유의 개념 안에 좌표를 설정할 수 있을까?

아직도 대입제도, 평가제도 등이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본질로 생각하는 사람의 수가 많다. 근대의 형식적 자유가 준 자유의 파괴를 교육과 관련해서 상기하는 일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학교점수에 연동시키기 위해서는 학교평가가 실질적 기준성을 확보해야 한다.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성 없는 시험범위에 갇혀야만 한다. 이렇게 왜곡된 현실에서의 시험점수에 성공의 기준을 대입시키면 그 왜곡을 따라 왜곡되어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무능하다는 평가를 얻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재 이러한 인식의 왜곡을 현실로 착각하고 있다.

우리는 솔직해야 한다. 한 시대가 저지르는 잘못 중 가장 처절한 것이 가치의 왜곡이다. 자유에 대한 인식, 존재에 대한 고민, 정체성의 확립 등의 문제에 대해 내면적 깨달음을 도외시하고 외부로부터 오는 물리적 편안함을 인생의 본질로 둔갑시키는 것은 교육의 반동이다. 역사의 흐름으로 보아도 이미 없어졌어야 할 이 형식적 교육개념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 교육개혁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의 교육의 새로운 출발이어야 한다. 인간의 모든 가치는 그 가치를 누릴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의미가 있다. 그러한 가치를 누릴 능력은 정부가 고졸자와 대졸자를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입시제도 개혁을 하는 것과 본질적 관련성을 갖지 못한다.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바닥을 깊이 파야 하듯 현재의 풍요는 인류의 교육역사를 통해 깊이 파 내려간 위대한 생각에 심원을 두고 있다. 실질적 교육은 형식의 복종을 요구한다. 형식적 교육을 우선으로 실질적 교육을 발전시킬 수 없다는 명제를 받아들여야 교육과 현재의 교육개혁 개념은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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