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의료기관 진료기록 등을 환자 동의 없이 외부에 제공하도록 한 법률 개정안은 인권침해이자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에 관해 이런 내용의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자·타해 또는 치료중단의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거나 입원 전 특정범죄경력이 있는 환자는 본인의 동의가 없어도 의료기록·범죄전력을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통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일부개정법률안 3건이 발의된 상태다.

인권위는 최근 일부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언론에 부각됐을 뿐 실상 비장애인 범죄율이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인용한 2016년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비(非)정신장애인 범죄율(1.4%)은 정신장애인 범죄율(0.1%)보다 월등히 높다. 강력범죄의 경우도 비정신장애인 범죄율(0.3%)이 정신장애인 범죄율(0.05%)의 6배 수준이다.

인권위는 특히 과거 전력을 근거로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국제사회나 국내법 체계에서 인정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보강이나 기능 강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동의도 하지 않은 환자의 정보를 공유한다고 해서 입법목적 달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환자 스스로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우선 고려되지도 않았다"고 개정안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은 기본권 침해의 원인인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정신과전문의 1명에게 위임하고, 그에 대한 판단 기준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정신의료기관이 모든 입·퇴원환자에 대해 특정강력범죄전력에 대한 조회 요청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과도한 개인정보 조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또 "개정안의 목적은 현행법으로도 달성할 수 있다"며 "의료법 등에 비춰 볼 때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정보 제공을 허용하고 있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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