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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하기 힘든 시간의 역사, 노동의 흔적 작품에 오롯이
가늠하기 힘든 시간의 역사, 노동의 흔적 작품에 오롯이
  • 박장미
  • 승인 2019.03.20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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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상반기 주제기획전 ‘퇴적된 유령들’
22일부터 오는 6월 9일까지 대청호미술관 전관
이수진 Glass Landscap
김원진 깊이의 바다
이규식 李규식
김윤수 바람이 밤새도록 꽃밭을 지나간다.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이 22일부터 오는 6월 9일까지 기획전시 ‘퇴적된 유령들(The accumulated ghosts)’을 선보인다.

빠른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현대사회 모습과 반대로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가늠하기도 힘든 긴 시간과 치열한 노동의 흔적이 돋보이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김원진, 김윤경숙, 김윤수, 이규식, 이수진, 조소희, 편대식 등 총 7명의 작가는 가볍거나 얇은 물질을 소재로 반복적인 행위와 노동집약적인 작업방식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작품들은 마치 오랜 세월 동안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지층과 같은 느낌을 준다.

미술관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이규식 작가의 문자드로잉 작품 ‘李규식’을 볼 수 있다. 로비 현관문, 유리벽, 기둥, 가벽 등 로비 1층의 시설물과 그 사이 틈새까지 노란 형광색 분필로 빼곡하게 채워 일상의 사소한 것에도 집착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다.

1전시실의 편대식 작가는 15m 대형 롤지 위에 연필로 빈틈없이 빼곡하게 칠한 ‘순간’ 작품을 전시실의 콘크리트 벽면을 감싸는 형태로 설치한다. 멀리서 볼 때는 어떤 이미지도 없는 것처럼 보이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연필의 흔적들과 수만 가지 선이 쌓인 거친 표면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김원진 작가는 자신의 일상 기록물과 수집한 책을 태운 뒤 그 재를 석고와 밀랍을 섞어 층층이 쌓아 올리거나 얇은 판형을 만든다. 1전시실 전시장 바닥에 깔린 ‘깊이의 바다’는 전시 기간 동안 가루와 파편으로 바스러지도록 설치했다. 그 중심에 사각의 형태로 얇고 길게 쌓아 올린 ‘너를 위한 광장’은 긴장된 상태로 세워 기억의 연약하고 불명확한 속성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2전시실 조소희 작가의 ‘Daecheongho Museum of Art where...’는 가늘고 연약한 실들이 노동집약적인 작업 과정으로 서로 맞물려 넓은 공간을 채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름과 노동의 과정으로 엮인 실선들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매 순간 다르게 겹쳐 보인다.

김윤수 작가의 ‘바람이 밤새도록 꽃밭을 지나간다’는 바람 드로잉을 360장 인쇄해 쌓아 올리거나 아코디언 형태의 종이 위에 그렸다. 그 옆에는 꽃이 핀 평원을 섬세하게 드로잉 한 작품을 전시한다.

3전시실의 김윤경숙 작가는 개인의 비극이 단지 개별적인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 시사한다. 선 긋기 혹은 바느질, 비닐 테이프 붙이기와 같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은폐, 망각 되어가는 개인-사회의 관계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이수진 작가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공간이 함축하고 있는 시간성과 서사성에 관심을 두고 폐유리, 나일론 실 등과 같은 물질들은 산업화 사회에서 부스러져 나오는 잔여물들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다양한 설치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 출품작 ‘Glass Landscape’는 청계천 유리, 수공상점 주변에서 자투리 유리들을 수집한 뒤 마치 잔디밭이나 이끼처럼 설치했다. 이는 급속한 산업화로 변화의 진통을 앓은 서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홍명섭 관장은 “이번 전시 작품들을 통해 가늠하기도 힘든 긴 시간의 역사와 긴 노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치 오래된 지층과 같은 그들의 작품을 보며 벅차오르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043-201-0911.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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