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영 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 “산 넘어 물 건너/ 여기까지 왔는데/ 오자마자 푸대접 해서/ 일단 미안하다/ 다음 생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면/ 기분좋게 만나보자/ 마스크를 벗고/ 창문도 활짝 열고/ 하품도 맘껏 하고/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참, 궁금한 것 한 가지/ 근데 정말 너는 누구냐?/ 내가 어릴 땐 없었는데/ 눈이 침침/ 목이 칼칼/ 여기저기 콜록콜록/ 부탁이다/ 눈이 맑은 사람들은 피해가라/ 웃는 사람들은 건들지 마라”-강익중 시 ‘미세먼지’

‘미세먼지 매우 나쁨. 외출하지 마세요.’

스마트폰을 열자 경고메시지가 뜬다. 미세먼지 체크 앱을 깔았더니 아침마다 스마트폰이 하루의 미세먼지를 예보해 준다.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하나? 박스로 사놓은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를 하나 꺼내서 얼굴에 써 본다. 답답하다. 그러나 숨이 막히지만 어쩌랴. 이미 미세먼지는 목숨을 위협하는 살인물질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최근 해외 연구발표에 의하면 지구촌에서 초미세먼지나 오존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는 연간 약 879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가 추산한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720만 명인데 비하면 160만 명이나 많은 수치다. 초과 사망이란 인플루엔자나 전염병 등 특정 원인으로 인해 통상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망 숫자보다 더 많은 사망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28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연구 결과는 대기오염이 담배보다 더 해롭다는 말해준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사망을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초미세먼지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혈관 기능이 저하돼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으며, 대기오염으로 인해 전 세계인의 평균 수명이 2.2년 단축됐다고 했다. 흡연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은 세상을 살면서 심각한 것은 흡연은 피할 수 있지만 오염된 공기는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들어 ‘미세먼지 좋음’을 본 일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대책은 발등의 불이다. 최근들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대기에 떠 있는 초미세먼지는 가히 국가 재난사태에 준하는 수준이다. 물 맑고 공기 맑던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도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다.

마침내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보건복지부로 구성된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이 중간발표를 했다. 정부가 대기질을 개선해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25㎍/㎥)을 달성하면 심혈관질환 등 관련 질병 사망자 수가 연간 2만여 명 줄고 9조원 대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업단은 미세먼지 저감정책과 건강개선 효과를 규명하진 못했지만, 미세먼지 농도 저감이 지역별 사망자 수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천식이나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환자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효과가 있었다며, 효용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확보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단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미세먼지 피해는 잘 알고 있지만, 저감정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집안에서 고등어를 굽지 말고, 거리서 담배를 피우지 말고,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라는 식의 대 시민 대응 방법은 너무 소극적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전기사용 줄이기 등 시민들의 동참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정부가 찾아야 한다. 중국과 북한 등 이웃국가들과 국제적인 공조로 미세먼지 줄이기 대책을 세워야 하고 국내적으로는 화력발전소 줄이기, 화석연료 사용 줄이기 등 대량의 대기오염물질을 내뿜는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정확한 자료가 파악되지 않으면 관리를 할 수가 없는 것. 먼저 그동안 관리의 사각에 있던 대기오염 배출원들을 제대로 파악하여 관리목표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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