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발생 위험 수준…충북 법정전염병 최초 오명
홍보협의회 구성 첫 회의…전방위 유입 차단 총력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도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차단에 ‘올인’하고 나섰다.

충북은 그동안 가축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때마다 큰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도는 한돈협회, 군부대 등이 참여하는 ASF홍보협의회를 구성해 유입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변국의 ASF 발생 상황이 위험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첫 발생 이후 반년 만에 전역으로 확산했고, 베트남은 최근 한 달 사이 19개 지역에서 209건이 발생했다.

도는 21일 ASF의 도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홍보협의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 청주출입국사무소, 군부대, 방역지원본부, 한돈협회 등 14개 기관과 협의회를 구성했다. ASF 예방책을 널리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ASF는 돼지에서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치사율이 100% 이르지만 구제역과 달리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발생 시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1종 가축전염병이다.

특히 바이러스는 야외에서 생존능력이 높아 한번 발생하면 완전히 근절하는데 수 십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가 터질 때마다 매번 수많은 가축을 살처분하는 ‘악몽’을 피하지 못했던 충북도는 ASF가 인근 국가에서 확산하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충북은 사람과 가축에 대한 법정 전염병 발생의 ‘진앙지’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2016년 11월 16일 음성이 전국에서 첫 AI 발생농가가 나오면서 392만마리의 오리·닭을 살처분해 ‘AI 진앙’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이어 2017년 1월 10일 옥천에서 소 브루셀라가 전국에서 처음 터졌고, 같은 해 2월 5일 보은에서 구제역이 당시 겨울 들어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고, 충주서 2017년 첫 콜레라 감염환자가 발생했다.

2017년 2월 21일 필리핀을 여행하고 돌아온 충주 거주 여성이 콜레라에 걸렸다. 그해 첫 콜레라 해외유입 사례다.

중국과 베트남을 여행하는 도민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ASF의 도내 유입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8월과 9월 각각 인천공항과 제주공항으로 반입된 중국산 만두와 순대, 소시지 등에서 ASF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었다.

이날 회의에서 해외 여행객, 외국인 근로자 등에 의한 불법 축산물 반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여행사와 외국인 근로자 고용센터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남은 음식물을 야생 멧돼지에 주지 않도록 군부대에 협조도 요청했고, 해외 여행객에게 나눠주는 여행 안내서에 주의사항 명시 등 관련 기관별로 맞춤형 홍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청주국제공항 캠페인, 라디오 도정 캠페인, 양돈농가 담당관제 운영, 남은 음식물 급여농가 점검, 발생국 여행주의보 발령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도는 ASF의 국내 유입 가능 경로를 분석한 결과, 가장 위험한 요인은 여행객이 반입하는 불법 축산물로 보고 있다. 실제 여행객이 가진 축산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한국 5건, 일본 15건, 대만 29건, 태국 9건, 호주 46건 등이다.

박재명 도 방역과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홍보협의회와 방역 추진상황 등을 수시로 공유하고 협조체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양돈농가는 발생 국가 여행을 금지하고 농가에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방역 교육도 시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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