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요즘 TV 프로그램을 보면 많은 이의 욕심을 자아낸다. 욕심이 없는 사람도 절로 욕심이 생긴다. 맛 집 찾아 맛있는 먹거리를 즐기는 프로그램, 지구촌에서 맛이 최고인 세상 곳곳의 지구촌을 찾아 먹고 즐기는 프로그램 혹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맛 나는 인생을 경험한 패널들의 개성 넘치는 삶을 모여 입담을 펼치는 입맛을 자랑하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장악한다. 이에 반하는 사상을 가지고 공중파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멈출 수 있는 교육방송뿐이다. 각종 매체로 도배된 세상은 즐기는 볼거리가 엄청나게 많다. 과거 소비자의 세상은 단품종 대량생산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젠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많은 이의 입맛에 맞는 개성을 추구하는 맞추어 주는 세상으로 변하였다. 세상 변화를 직시하나 양 손가락 수만큼 형제를 자랑하며 집안 다복과 재량을 뽐내는 시절이 개인 능력에 따른 경제력만을 최고로 여기는 세상이다 보니 기성세대들이 보면 말세(末世?)로 보이기도 한다. 메스미디어의 위력을 어는 때 보다 크게 느끼는 지식정보화 시대이다. 먹고 즐기고 입담을 즐기는 세상! 첫째로 꼽는 먹거리 중에 기억에 남는 최고 음식은 무엇일까? 과거 힘들고 어렵던 피죽도 못 먹던 시절에는 소나무 뿌리를 캐어 죽을 쑤고 여럿이 먹기 위해 물을 잔뜩 부어 물로 허기를 채우던 시절도 있었다. 헐랭이죽이나 칼국수를 끓여 먹으며 물을 최대한 많이 부어 먹었다. 그리고 집안의 경사 시에나 먹는 최고의 음식으로 꼽은 것은 짜장면이다. 생일 졸업식 혹은 기념일 등에만 먹는 정말 기다려지는 음식이다. 졸업식은 6년 3년 혹은 4년에 한번 이니 ..... 간만에 그렇게 먹고 즐기는 TV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짜장면 그것도 손짜장면을 먹고 왔다. 간만에 맛보는 손짜장면은 최고의 맛이다.

그렇다면 짜장면(炸醬麵, Zhajiangmian)은 무엇인가? 야채와 돼지고기를 넣고 식용유와 함께 춘장을 볶아 만든 양념을 국수에 비벼 먹는 한국식 중화요리이며 자장면과 함께 사용하는 표준어이다. 지금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중국에 이런 요리가 없다. 다만 중국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중국 원형과는 매우 다른 음식이며 한국과 달리 통으로 된 콩이 들어간다. 또한, 56개 중국 성중에 베이징, 허베이, 산둥성 일대의 서민음식점에서 종종 작장면을 팔기는 하나 한국의 짜장면과는 매우 다른 음식이다. 같은 입맛을 즐기고 싶다면 중국 작장면을 먹고 나서 매우 다른 맛에 실망한다. 짜장면을 속되게 짱깨라고도 하는데 이는 비속어이며 중화요리점을 짱깨집이라고도 한다. 어원을 살펴보면 중국에서 주인장을 장궤라고 하는데, 이는 돈궤짝을 지키는 사람으로 짱깨로 바뀐 것이라고 추측된다(식객 19권 95화 자장 3대 편에서 인용). 수필집 정진권의 “자장면”에 중국집 주인장을 장궤라고 불러 중국집을 그렇게 추억하는 이도 있다. 짜장면 최고 맛은 수타 짜장면이며, 이는 주방장이 직접 손으로 반죽하여 뽑은 면발로 굵기가 일정하지 않아 더욱 맛있는 최고의 요리이다. 또 다른 중식으로 짬뽕(Champon)이 있는데 이는 순화어로 초마면(炒碼麵)이라 하며 뒤섞은 맛난 음식이다. 일본의 나가사키 짬뽕이나 라멘도 원래는 중국 요리이나 나가사키 짬뽕도 화교가 만들었으나 수 십년 세월이 흐르다 보니 중화요리가 아닌 일식으로 여긴다.

우리나라는 원래 배달민족이라 하는데 메스미디어에서 이를 빗대어 배달 음식을 즐겨먹는 문화와 결부시켜 신조어로 만들었고 한국은 배달 음식 최고의 나라이다. 배달 음식 최고는 짜장이며, 짬뽕, 탕수육, 볶음밥 등이 중국집 4대 메뉴 이다. 중국요리 주문 시 매우 어려운 결정을 반영하여 짬짜면도 탄생하였다. 예전 특별한 날만 먹던 음식 중 최고로 꼽는 짜장면이 이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즐겨 먹을 수 있으니 세상은 많이 변하였다. 이렇게 맛난 음식을 년 중 행사로 중요한 날에만 먹는 이유는 경제가 어려워서 이기도 하였으나 짜장면의 면발이 긴 만큼 오랫동안 무병장수하라는 깊은 뜻도 있다고 한다. 짜장면의 길이가 기니 장수하고 년 중 행사로 먹는 귀한 음식이니 더욱 맛있고 온 가족이 함께하니 매우 즐거웠다. 그러니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맛있는 음식을 즐겨야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 그 만큼 잘 먹고 잘 산다면 최고로 행복하지 않을까? 요즘 같은 세상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나 의미를 되새기며 맛나게 먹는다면 최고로 맛난이며 행복한 날 함께하면 행복은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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