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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고진감래苦盡甘來, 남의 떡의 크기
동양에세이/ 고진감래苦盡甘來, 남의 떡의 크기
  • 동양일보
  • 승인 2019.03.24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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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택 충주시청문화체육관광국장
우선택 충주시청문화체육관광국장

(동양일보) 1981년부터 공무원으로 38년을 지내오며 이젠 웬만한 것은 다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아직도 알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어느 일이든 그렇지 않겠냐만, 공직생활이라는 것도 겪으면 겪을수록 더 새롭고 어려워지는 듯하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이야기하지만 이 간단한 사실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내 고향은 충주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가금면, 현재는 중앙탑면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학창시절엔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하곤 했다. 하지만 농경지가 강변에 있던 탓에 장마철이 되면 농사를 모두 망치는 해가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넌 꼭 펜대를 굴려서 먹고 사는 공무원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공무원이 된 것은 어린 시절 어머니 말씀이 적잖이 큰 영향을 주었던 듯싶다.

지금은 공직에 매력을 느끼고 나름 신념도 갖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내 공직생활의 많은 부분은 성과 못지않게 아픔도 많았다.

일단 내 자신부터 젊은 시절엔 더 쉽고 편한 자리를 찾아다녔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늦게 출근해 일찍 퇴근하는 것 같아, 어린 마음에 그게 참 배가 아팠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그 시절엔 내 자신보다 타인의 겉모습에 더 눈길이 갔던 게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저런 자리로 갈 수 있을까 머리도 굴려봤지만, 가는 곳마다 내 마음에 드는 자리는 없었다.

어머니 말씀처럼 펜대만 굴려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지역 단체를 직접 쫓아다니며 싸우기도 하고 서로 힘을 합치고,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고 업무가 손에 익었다 싶으면 또 다른 자리에 불려갔다.

교통법규를 어기고선 오히려 큰 소리를 내는 민원인을 달래느라 자존심을 눌러야 했던 일도 있었고, 기업 유치를 위해 방방곡곡을 뛰어다니다가 어느 순간 내 자신이 마치 집 없는 사람처럼 느껴져 술잔을 들었던 날도 있었다.

매번 이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런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뒤집히고 깨졌다. 얼마나 마음이 무너졌는지 그 수를 세는 것도 그만뒀을 즈음, 비로소 남의 떡이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쉽고 편하기만 한 자리는 없다는 사실을 겨우 깨달은 것이다.

그저 그 자리를 즐겁고 보람 있게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후로도 힘든 일은 많았지만, 자리에 휘둘리기보다 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묵묵히 걷다 보니 어느덧 지금 자리에 다다랐다.

이젠 지역의 문화체육관광을 담당하는 공직자로 발전의 기로에 선 충주에 보탬이 되도록 남은 공직생활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문화·체육·관광’이라는 말 그대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누가 봐도 볼거리·놀거리·먹거리가 가득한 꼭 오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갈 각오를 다지고 있다.

뒤에 오는 후배들이 내가 남긴 자리를 보았을 때, 결코 쉽진 않지만 즐겁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라고 봐 주길 바란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아간다면 반드시 시민들을 위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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