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공군사관학교 교수(KBS 유도해설위원)

김병주 공군사관학교 교수(KBS 유도해설위원)

(동양일보) 요새 출퇴근길에 ‘무예’가 눈에 띤다. 올해 개최되는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홍보탑과 스마트폰 뉴스에 수시로 무예 소식을 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 무예가 무엇인지 모르고, 무예가 왜 중요한지 모른다. 그만큼 운동세계에도 서양스포츠에 익숙해진 것이다. 해외에서는 충북과 충주 이야기를 하면 ‘martial arts(무예)’를 이야기할 정도로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자의 원천인 은시대 갑골(甲骨)문자에 나타난 무(武)는 무사가 전투를 위해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을 그린 것으로 살육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자학의 고전인 ‘설문해자’에는 ‘止戈爲武(창을 멈추게 함을 무라고 하니)’로 되어 있어, 무(武)자를 ‘창을 멈추게 한다’는 뜻의 회의 문자로 보고 평화의 수단으로 해석했다. 크게 이러한 두 가지 해석을 보면 무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해석도 진보됐음을 알 수 있다.

최근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문득 무(武)의 중요성을 다시 되새겨본다. 과거 우리의 아픔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 본다. 왜 일본에게 우리가 당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반성과 이를 극복하려는 고민은 부족했다.

마치 무(武)를 내세운 일본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이 무(武)인데도 말이다. 월남 이상재선생이 전국의 장사 100명을 모아 YMCA에서 유도를 하게 했던 사실도 당시 무(武)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 속에는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인을 양성해 왔다. 한 사람의 선비를 만드는 것보다 무인을 양성하는 일이 힘들었다. 정의롭고 충정스러운 무인을 만들기 위해 몸 공부는 필수였고, 충(忠)을 숙지시켰다.

이러한 무는 동양 역사에서 화약의 발명과 더불어 총기류가 등장하면서 쇠퇴하는 듯했다. 하지만 무는 건강의학과 융합되어 양생술(養生術)로 명맥을 유지하였으며, 지역을 지키는 민간무예로 발전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이것은 현대사회에서도 사람의 몸을 공부하는 수련으로 삶의 지혜로 이해되고 있다. 무예가 양생(養生), 건신(健身), 그리고 수양(修養)이라는 용어와 더불어 사용되는 것도 무예가 추구하는 인격 형성과 전인적 인간을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나타난 사회사상인 공리주의(功利主義)와 19세기 말 미국의 실용주의와 같은 실리주의(實利主義)가 무예와 접목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무예로 올림픽 종목이 된 유도(柔道)가 그렇다. 현대유도가 세계화를 추구하며 만든 이념이 ‘정력선용(精力善用), 자타공영(自他共榮)’이다.

정력선용(精力善用)은 자신의 힘을 올바른 곳에 사용한다는 실리주의이며, 자타공영(自他共榮)은 자신과 타인 모두 함께 공동의 번영을 누리자는 공동체적인 공리주의를 표방한 것이다. 이 이념으로 유도는 동양스포츠로서 가장 먼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었으며, 지금은 일본인들의 유도가 아닌 세계인들의 유도로 사랑받는 종목이 되었다.

어쩌면 무를 기반으로 문을 만들어가는 세상이 시대에 따라 변화했고, 문무겸전을 강조해 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도 다를 바 없다.

충북은 ‘무예’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진흥시키는 도시가 되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무예가 평화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무예의 보존, 전승, 그리고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해 온 대표적인 도시이다.

중국과 일본처럼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충북이라는 지방자치단체가 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 세계무예의 조화와 더불어 세계평화를 위한 무예 올림픽으로 그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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