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민 당시 수사기획관, 부임 4개월 만에 ‘이례적’ 좌천성 인사
당시 경찰청장 사퇴 이어 수사라인 전면교체…손보기 차원 의혹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사실상 재수사에 들어가면서 ‘경찰 수사 외압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충북 출신 토종경무관 1호로 주목 받던 이세민(58·경찰대 1기)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부당한 좌천인사를 당했다는 의혹이 나와 지역의 관심을 끈다.

민주당은 24일 김 전 차관의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당시 수사라인의 전면 교체 등이 김 전 차관 수사에 대한 ‘VIP’의 뜻을 거스른 것에 대한 손보기 차원의 작업이 아니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의혹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해명을 촉구했다.

앞서 23일 KBS는 경찰이 김 전 차관의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대한 첩보를 확인하고 처음 수사에 들어간 2013년 3월 당시 청와대가 수사에 대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당시 경찰 수사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며칠 뒤 청와대가 경찰청을 찾아 경찰 수사 착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해 3월 13일 청와대는 대전고검장이던 김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으로 지명했다. 이틀 뒤 취임한 김 전 차관은 연일 의혹이 커지자 6일 만인 같은달 21일 자진사퇴했다. 당시 그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그에 앞서 3월 15일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했고, 청장 교체 후 4월 첫 인사에서 당시 수사라인이 전면 교체됐다. 경찰청 본청 최고 수사책임자인 김학배 수사국장이 울산경찰청장으로 전보됐고, 이후 경무관급 인사에선 수사국 2인자로 김 전 차관 사건을 지휘하던 이세민 수사기획관이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이동했다. 직접 수사를 주도했던 이명교 특수수사과장과 반기수 범죄정보과장도 국회경비대장과 수정경찰서장으로 전보되는 등 김 전 차관 수사 관련자들이 모두 바뀌었다.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임용권자는 대통령이다. 대개 1년 단위로 보직이 바뀌고 간혹 그보다 일찍 전보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당시 수사라인 물갈이 가정에서 이 수사기획관의 경우 고작 4개월 근무하고 경찰청 부속기관으로 사실상 ‘좌천’되는 경우는 이례적 사례로 꼽힌다.

이 전 경무관은 2014년 1월 경찰수사연구원장으로 이동한 뒤 같은해 12월 충북청 차장으로 발령 나 2016년 7월 고향에서 퇴임했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임기 초반 고위직 인사에서 경찰 수사 때문에 쓴 맛을 보자 경찰에 ‘본때’를 보이려는 의도였으리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이 수사기획관이 청와대의 김학의 법무부 차관 후보자 인사검증 신원조회 과정에서도 반대의견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인사에서 충북 출신 임호선(56·현 경찰청 차장·경찰대 2기)도 경찰대 교수부장으로 발령되며 충북홀대론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충북 출신 최경식 교통국장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으로 발령되면서, 당시 경찰대에는 이금형 경찰대학장을 비롯해 경찰대 경무관 이상 4개 보직을 모두 충북 출신이 맡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경찰 내부에서도 동향 출신 고위 경찰간부를 모두 특정 기관에 발령한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했다. ▶관련기사 5면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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