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몸싸움 과정에서 추락 추정” 조사 중전실 문 열면 낭떠러지...추락방지장치는 없어2017년 법개정 됐지만 유예기간 탓에 설치 안된 곳 많아

22일 밤 10시 15분께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한 노래방 비상구에서 5명이 추락했다. 빨간색 원이 사고가 발생한 비상구. 완강기 이용을 위해 외벽에 비상구를 설치했을 뿐 추락을 막기 위한 어떤 안전시설도 없다. 사진 박장미 기자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안전을 위해 설치된 비상구가 오히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2일 밤 10시 15분께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한 노래방 비상구에서 손님 5명이 3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23)씨 등 2명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쳤고 3명은 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회사 동료끼리 노래방에서 회식을 하던 중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비상구로 5명이 추락한 것이다.

사고가 난 비상구는 부속실 형태로 돼 있다. 복도와 연결된 문을 열면 좁은 비상대피공간이 나오고, 외벽과 연결된 또 다른 문이 나온다. 이 문을 열면 곧바로 완강기를 타고 내려갈 수 있도록 아래가 뚫려 있다.

노래방 업주는 경찰에서 “밖의 문은 잠가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외벽과 연결된 문의 잠금장치가 몸싸움 과정에서 풀리면서 5명이 차례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업주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당시 노래방 비상구에만 추락위험을 알리는 스티커가 여러 개 붙어 있을 뿐 외벽으로 연결된 문에는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안전시설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상 ‘낭떠러지’인 셈이다.

이처럼 ‘낭떠러지 비상구’로 인한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5월 경기도 안산의 한 건물 4층에서는 20대 남성 2명이 비상구 아래로 떨어져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이 크게 다쳤다. 2016년 6월 부산의 2층 노래방에서도 20대 여성이 방화문을 열었다가 4m 아래로 떨어졌다. 2017년 춘천에서는 50대 남성이 비상구에서 떨어져 숨졌고, 같은 해 충남 논산에서는 50대 시각장애인이 5층 비상구 문을 열었다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잇따르자 2017년 12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 추락위험이 있는 비상구에 경보음 발생기와 안전 로프, 쇠사슬 등 추락 방지장치를 갖추도록 했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 허가를 받은 업소는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올해 12월 27일까지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아직 설치가 안 된 곳도 많다. 이번에 추락사고가 발생한 노래방이 이 경우에 포함된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설치된 문이 오히려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점검이 필요하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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