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신상기록카드에 부모 직업·질병·신체결함 등 물어

공주시 관내 일부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학생개인 신상기록 카드를 만들면서 학부모들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를 물어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있다. 부적절한 질문 유형들.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부모님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적으시오"
"부모님의 질병과 신체적 결함은 무엇입니까?"
"부모님은 탈북자이거나 법정 저소득층인가요?"
"부모님의 종교와 세례명을 알려주세요"
"보호자는 한부모인가요? 조손가정인가요?"

새학기 신입생을 맞이한 공주시 관내 일부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의 신상기록카드(개인 신상카드) 질문 내용이다.

25일 동양일보가 확보해 분석한 신상기록카드에 따르면 당사자들에게 위화감과 차별을 조장할수 있는 질문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학부모들은 학생 교육과 연관성이 전혀 없거나, 사실상 불필요한 보호자 정보 질문들을 들이대고 기재하라는 요구에 반발한다.

학부모 A씨는 “자랑할만한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에 빈칸을 채우기가 부끄럽고 창피해서 한참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부모 B씨도 "기재하지 않고 제출하자니 교사가 아이를 우습게 볼것 같아 걱정됐다"며 "유치원·초등학생을 가르치는데 이같은 항목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학부모들은 이런 질문과 답변들이 교사가 학생을 차별하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

한엄마인 C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아빠 없는 후레자식’ 소리 들을까봐 밤잠을 설쳤다”며 이런 사례를 방치하는 공주교육청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의 직업과 연봉은 물론 심지어 자택의 소유형태(전월세, 자가)까지 물었던 신상정보 기록 관행은 지난 2016년이후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

교육부가 부모의 이름과 긴급 연락처 등 기초적인 사항만 받으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이 된줄 알았던 시대착오적 질문들이 여전히 빠지지 않고 등장하자 학부모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에 대해 모 유치원 관계자는 "부모의 질병이나 기타 가정환경을 명확히 알아야 아이들의 긴급상황에 대처할수 있다"며 군색한 해명을 내놨다.

모 초등학교에서는 "질문 내용은 의무적인 기록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빈칸으로 제출해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노동을 한다는 D씨는 "고위직이나 대기업 임원을 직업으로 쓴 부모와, 아예 빈칸으로 제출한 부모가 있을때 교사가 과연 학생을 동등하게 보겠는가"라며 얼굴을 붉혔다.

공주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사생활 보호와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같은 질문이 존재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지속적으로 지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주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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