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 희 논설위원 / 침례신학대 교수

김주희/ 논설위원 침례신학대 교수
김주희/ 논설위원 침례신학대 교수

 

(동양일보) 집,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나무들이 많다. 보도블록과 잔디로 구획된 자리마다 나무와풀들이 막 푸른 빛을 품기 시작하고 있다.
땅 속은 물을 끌어올려 한참 봄 채비를 해나가는지 흙들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가지들도 잎 틔우고 꽃 매달 준비를 서서히 하는 중인가보다. 햇살이 부쩍 가까워지고, 맑은 날이 늘어나면서 이는설레임, 새롭게 시작되는 나날들에 대한 기대. 갑자기 세상이 휘황해지는 개화의 어느 때를 기대하면서 마음도 한결 노골노골 풀어져가는 중인지.
꽃피고 새우는 날들이 올 조짐이 확연해온다. 가는 시간이 아쉬워도 가지 않으면 새 날이 올 수 없으니 아쉬움과 반가움은 운명적 연쇄겠다.
누군가가 제대로 세월을 익히는 법에 대해 당부했다. 해야 할 게 몇 가지 있다고, 나이가 들수록말은 줄이고 지갑은 열라는 그런 말들.
이십대 젊은 시절이었다면 어쩐지 통쾌할 수도있을 말이 마냥 기쁘게 들리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지갑을 열 연령대임이 틀림없으리라.
어른이라고 함부로 아무에게나 충고나 가르침을 내리지 않으려는 조심성으로 받아들였다.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젊은이들도 따라가기 힘겨운데 나이들고 안정되어 변화에 둔감한 이들이
하는 조언은 때때로 도움이 안되는 걸 넘어 번잡스러운 참견으로 전락할 수 있을 터이다.
그래서 일까, ‘따끔하게 가르쳐야겠다고 젊은이들을 보며 벼르지 말아야 한다’는 라는 말도 공감이 들었다.
자녀도 자라면 부모의 조언이 번잡스럽고, 형제사이 관심도 간섭으로 인식되는 게 사람 성장하면서 겪게 되니 어쨌거나 나이 들면 말을 줄이고 가르칠 생각 줄이고 꾸중도 즐이고 지갑을 열어서 격려해 주는 일이 필요하기는 한 가 보다.
하기는 누구라도 면전의 따끔한 지적은 두려운바가 있고, 좋은 어른에게 미리 배워두면 좋았을일들이 인생 어느 시기에 있지만, 꾸지람 보다 칭찬을 통해 배우는 게 더 수월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살다보니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단칼에 말할 수없는 일들이 늘어가기도 한다.
그 간의 경험 지식으로는 정리하기 난감한 일들이 생겨나는 것이다.그래서 격려하자는 말로 지갑을 열라는 말을 이해하기로 한다. 나이든 이는 닥치고 밥이나 사라는 말이 아니라 어른의 권위로 격려하자는 말로 이해해서 밥은 사고, 하소연은 들어주기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니, 그런 시를 그렇게 읽는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날이/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앞에 있다.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시는 꽃필 차례라는 말로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 같은 삶을 넘어가도록 한다. 봄이 와 있다고, 아직 바람이차지만 추운 겨울은 다 지났고, 봄이 우리 앞에 와있다고, 이제 꽃이 필 차례라고 한다.
상처가 두려워 머뭇거리게 된대도 사람이 사랑없이 살 수는 없으니 겨우내 찬 바람 피하려고 창문마다 걸쳐둔 비닐같은 것들 깨끔하게 정리하고꽃같은 사랑도 기대해야할지.
꽃 피는 일, 우리 앞에 당도해 있는 꽃 필 차례,시인은 이렇게 격려로 완전히 당도하지 않은 우리봄을 또 기대하고 견디게 하는지, 그대 앞에 봄이있다는 그 말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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