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김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나라가 힘이 없을 때 주변 강대국들이 약소국가를 침략하고 약탈하는 것은 역사를 통해 보아왔고 사실로 드러났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이다. 몽고침입으로 제주도까지 피신했던 고려 삼별초, 청태종의 침략으로 강화도로 피신하고 결국 송파 삼전도에서 9번 무릎을 꿇고 절을 해야만 했던 조선국왕, 그리고 일제의 대한제국 강점병합 등 우리는 수많은 침략과 살육질을 당했다. 청나라때 조선부녀자만 60만여 명이 만주로 끌려갔다고 한다. 과장된 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쟁에서 여자들은 최대의 피해자가 된다. 강제로 청나라로 끌고가서 식모로 성적 노리개로 육신을 망가뜨리고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 와서도 화냥년소리를 들었던 조선의 여자들. 누구를 원망할 건가? 국왕도 고관대작들도 도망치고 다녔던 시대 아닌가?

임진왜란 때 선조가 의주로 피난 갈 때 백성들이 보낸 원망과 한탄 그리고 욕지거리는 백성을 보살피지 못하고 책임지지 못하는 군주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역사는 힘을 가진 자 만이 살아남는다. 이것이 진리다. 과거의 역사를 부정할 수 없고 현재의 역사를 거부할 수 없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결국 나라를 두동강나게 하고 도탄에 빠지게 한다.

그래도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이만큼 있게 한 것도 바로 독립투사, 의병장, 애국인사들 덕택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어가게 하고 세계경제강국이 될 수 있게 만든 것도 이분 들 때문이라고 본다. 나라를 위해 장렬하게 산화한 고귀한 영령들에게 머리 숙여 그 넋을 기리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라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세계 각국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도 국가의 보훈정신을 기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최근 대한민국 국가보훈처장이 국회에서 일제 때 의열단장 역할을 한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언론보도에 이 사람이 뭔가 잘못된 판단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북한에 월북해서 북한정권을 찬양하고 북한의 핵심멤버라는 사실에 의심을 감추지 못한다.

그가 항일운동을 했던 것은 마땅히 찬양하고 기릴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북한에서최고 지위까지 오르고 부귀영화를 누린 것을 생각하면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처신해야 할 문제이다.

원래 의열단은 1920년대 초 일제·매국노에 대한 암살·파괴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고 한다. 또한 국외에서 민족협동전선과 유일당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비타협적 민족주의에 기반을 두어, 무정부주의와 사회주의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은 독자적인 민중폭력혁명을 이념적 기반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김원봉은 1898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고 김원봉은 무력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을 조직하고 직접 단장을 맡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한국광복군 부사령관과 국무위원을 역임했지만 노선 차이로 결별했다고 한다. 김원봉은 해방 후 귀국했지만, 1948년 4월 남북협상 때 월북했다. 이후 북한 국가검열상과 노동상,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을 거쳐 1957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까지 올랐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장관 총리까지 부귀영화를 누린 셈이다.무엇보다도 김원봉은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심사 기준에 의거 독립유공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보훈처는 지난해 11월 법무공단 측에 서훈이 가능한지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고 한다. 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보훈혁신위원회는 지난 1월 "김원봉처럼 남북에서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는 독립 운동가를 유공자로 서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한다. 국가보훈처가 이런 일 말고도 할 일이 많을 텐데 왜 이렇게 정신 나간 짓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한국에 모신다든지 한국전쟁 부상자 유공자의 예우와 지원, 사할린에 끌려간 고려인들의 영구지원문제 등 보훈의 선택과 집중의 업무도 많을 텐데 말이다. 나라위해 희생된 분들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예의를 다하는 것은 국가보훈의 기본 책무이다. 그것을 망각하고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국립묘지에 묻힌 수많은 애국인사들에게 무슨 면목으로 볼 것인가. 그들도 혼이 있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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