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해진 이성, 너덜너덜해진 열정, 봄날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봄을 연상케 하는 시(詩) 한 구절 같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괴감으로 점철되어 있는 충남도 한 공무원의 절규에 가까운 푸념이다. 이 글은 최근 충남도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것으로, 양승조 충남지사의 인사 행태를 성토하는 글의 제목이다. 글을 올린 공무원은 일반직 9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 30년 넘게 봉직한 6급 주무관이다. 
공직사회의 승진은 모든 공무원들의 꿈이다. 그런 만큼 적재적소를 위한 인사도 중요하지만 승진에 따른 인사가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이뤄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반면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도지사를 도민들이 직접 선출하면서 줄세우기 또는 줄서기가 만연하고 논공행상에 의한 인사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은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도민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전문성 없는 외부 인사들이 수십 년 공직사회 경력을 쌓아야 올라갈 수 있는 자리를 쉽게 차지해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바로 ‘충남판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다. 단순히 일부 공무원의 불만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 논란이 민선 7기 충남도에서만 벌어지는 특별한 일은 아니라 해도 이곳저곳에서 제기되는 비판의 목소리를 깊이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도지사가 도정을 펼치는데 있어 인사만큼 도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은 많지 않다. 
개방직 확대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다.
익명을 요구한 도청 한 사무관은 “도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서울사무소장, 공보관 등 과장급 개방형 인사 수혈은 공무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인식과 선거캠프의 측근들을 전진 배치하기 위한 양승조 지사의 마음을 읽게 하는 대목으로 풀이하고 있다”고 했다.
도정의 관리와 운영은 원래 공무원 몫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충남도정은 정무라인이 도정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명예 퇴진한 전임 안희정 도정을 보라. 이렇게 공무원 위계를 흔들어도 되는 것인가. 그 후과를 누가 어떻게 책임지려는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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