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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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지난 금요일(29일) 오후 2시 반. 청주 공항 저편에서 까만 점 두 개가 나타났다. 육안으로도 관측된 두 점은 공항 관제 레이더나 공군 17전투비행단의 방공 레이더에는 새 한 마리 정도의 희미한 점으로만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잠시 후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착륙한 이 전투기는 22일 미국 루크 공군기지로부터 비행해 온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A다. 이날 도착한 2대를 필두로 올해 10대, 2021년까지 총 40대가 청주의 17전투비행단에 인계된다. 국가 전략자산의 최상위에 위치한 F-35A 전투기는 한반도 전쟁 양상을 바꾸는 ‘게임 체인져(game changer)’다. 도입 비용이 한 대당 1800억원에 육박하는 고가지만 탁월한 스텔스와 전자전 기능으로 적지에서 단독작전이 가능한 유일한 무기다. 분쟁이 발생하면 북한이나 주변국은 청주 공항을 제1의 표적으로 삼을 것이다. 원래 이런 전략 자산은 여러 공항에 분산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공군은 어쩐 일인지 전량을 청주에 배치하는 것으로 정책을 결정했다. 게다가 공군은 2021년 이후에 F-35 20대를 추가 도입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청주는 국가의 전략 기지로서 분쟁의 표적이 되는 위험과 최첨단 전투기 운용에서 파급되는 지역 항공 산업의 거점이 될 기회를 동시에 움켜쥐게 되었다. 향후 우리 지역이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고, 첨단 항공 산업에도 눈을 떠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우리 지역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국가 전략자산을 운용할 준비는 전혀 갖추지 못하였다. F-35는 비행 1시간당 운용비가 1만6500불에 달하는 돈 먹는 기계다. 이 전투기는 4~5년마다 특수 페인트와 세라믹 분말이 섞인 스텔스 도료를 교체해야 한다. 음속에 달하는 비행을 3번 하면 스텔스 도료를 다시 칠해야 한다. 첨단 전자전 기능은 상시 정비를 위해 전문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전투기 수명기간 20년에 한 대당 운영비가 2500억원, 1년에 125억원이 소요된다. 40대 운영비로 20년 간 무려 10조원이다. 미 국방부의 통합전산센터(ALIS)는 전 세계에 판매한 F-35의 비행정보, 가동 상태, 고장 발생, 구성품 교체, 수리부속 신청 등 모든 운용 요소를 통합 관리한다. F-35에 대부분의 탑재장비(LRU)는 블랙박스로 봉인 처리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함부로 점검하거나 긴급 정비를 할 수 없다. 우리가 몰래 뜯어보면 내장된 센서가 즉시 이를 감지하여 통합전산센터로 전송한다. 배터리 하나를 교체하려고 해도 일일이 미국의 감시와 통제를 벗어날 수 없다. 결국 공군은 북태평양 지역정비창(MRO&U)으로 지정된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의 나고야 공장에 전투기를 입고시켜야 한다. 우리 안보가 일본에 종속되는 상황이다. 공군은 이런 문제점을 전투기가 들어오는 지금에 와서야 깨닫고 있다. 미국은 첨단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운용의 전 과정을 통제한다는 조건으로 전투기를 한국에 판매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도 거의 없다.

청주 공항이 재앙인지, 축복인지는 우리 의지에 달렸다. 일본은 오래 전에 이런 사실을 깨닫고 면밀한 준비를 한 데 비해 우리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게다가 민간 여객기 역시 사소한 정비를 하려 해도 싱가포르나 몽골로 보내야 한다. 2020년대면 우리나라 여객기 정비비로 매년 2.5조원이 해외로 유출된다. 이런 상황이 방치되면 충북이 조성한 에어로 폴리스는 그저 장식품에 불과하다. 항공 단지를 조성했으면 사업 계획을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항공 정비가 지역의 미래 핵심 산업이라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그 시점부터 새로운 비전과 희망이 싹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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