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선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주무관

(동양일보) 시골의 어르신들과 함께 지역 보건소, 지소 진료소에서 일한 지 벌써 10년이 넘어간다. 그동안 수많은 어르신을 만나고 대화를 나눌 때마다 30대라는 비록 젊은 나이지만 노년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또 어떻게 해야 인생을 좀 더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잘 죽는 것일까 하는 고민과 걱정을 하게 된다.

근처 도서관에 갈 때마다 ‘죽음’, ‘행복’, ‘노년’과 관련된 책을 고른다. 그동안 많은 책과 글을 접하면서 읽은 수많은 책에서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memento mori(메멘토 모리‧항상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구절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야 뒤늦게 우리에게 당연하게 닥칠 죽음을 생각한다. 하지만 수많은 매체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농한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생긴 일이다. 겨울철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라인댄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내가 만난 시골지역에 거주하는 중년의 50대 후반 60대 여성들은 항상 남편과 자식에 대한 걱정과 우울감, 외로움이 많이 있었다. 많이 안타깝고 그녀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움과 활력을 주기 위해서 댄스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중에는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는 60대 초반의 대상자가 있었는데 그녀가 한 번은 나에 관해서 죽음에 대해서 두렵다고 토로한 적 있었다.

“선생님, 저는 신장투석을 하다가 언제 죽을지 몰라요. 항상 죽음이 두렵고 겁나요.”

그런 그녀에게 “선생님,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후회 없이 즐겁게 인생을 살도록 노력해요. 언제 죽더라도 후회가 없게요.”라고 말을 하곤 했는데 그런 그녀가 결국 갑자기 투석 도중에 사망했다. 마음이 먹먹하기도 하고 그녀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하지 못했던 것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다음날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그녀를 위한 묵념을 하기로 결심했다. 또한 그녀에게 못다 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라도 대신 전해주고 싶었다.

“여러분, 저는 그녀를 좋은 사람,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죽음이 언제 닥칠지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젊은 저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을 후회 없이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이 현재가 가장 즐거운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두 발로 함께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합니다. 우리는 항상 죽음이란 단어를 생각하며 인생을 후회 없이 즐겁게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훗날 우리가 죽고 난 후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그 사람 좋은 사람이었지’라는 좋은 기억으로 남도록 노력합시다.”

모두 그녀를 기억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언제나 바쁜 삶을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의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 용기 있게 거부할 수 있어야 우리에게 남은 의미 있는 삶을 지켜낼 수 있다. 때로는 혼란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한 가지를 생각하면 된다. 인생을 마감할 때 내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여러분은 당장 앞에 놓인 고민거리와 욕심에 더 집착하는가? 그것은 다 부질없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럴 때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면 쉽다. 인생을 마감할 때 내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예전에 나는 작은 고민과 걱정거리들로 하루를 보내곤 했었다. 하지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나의 삶은 더 간단해졌으며 고민도 많이 줄어들었다. 여러분 역시 이와 같은 질문을 항상 자신에게 던지며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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