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진식 기자) 경찰이 괴산군청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오른 공무원의 뇌물수수 의혹 등에 대한 내사를 펼치는 가운데 경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31일 충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자신을 민중당 지역위원장이라고 자유게시판에 밝힌 이모씨를 지난 29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공무원에게 돈을 전달한 과정 등을 조사했다.

이날 이씨는 경찰의 수사 협조 차원에서 자신이 운영한 업체의 사업자 등록증과 공무원에게 전달하고자 돈을 인출한 은행 계좌 사본, 인감 등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21일 군청 자유게시판에 "소각장 공사와 관련해 공무원에게 돈을 줬다"고 폭로했다. 이 공무원을 만난 계기부터 뇌물과 향응을 제공한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20여차례 글을 올렸다.

괴산읍 능촌리 일원 7000㎡의 터에 들어선 괴산 광역 생활쓰레기소각시설은 2015년 군 환경수도사업소가 발주했다. 국비, 도비 등 사업비 158억 원이 들어갔다.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씨가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만큼 소각장 공사 전반에 문제점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소각장 설계, 관급자재 구매, 수의계약 내역 등 공사 관련 서류 일체를 괴산군에서 넘겨받는 대로 세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이씨는 청주 한 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관공서 수의계약 공사를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2년전 환경수도사업소에 근무할 당시 3억 원 상당의 소각장 부분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내려고 접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은 공사를 공개 경쟁입찰로 진행했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와 한 두 번 만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지만 금품은 받지 않았다"며 "이씨가 요구한 1000만원을 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자유게시판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씨는 "공무원 A씨를 20년 이상 알고 지냈고 2017년 환경수도사업소로 발령났을 때 일감을 받기 위해 5만원권 1000만 원을 은행에서 찾아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전달했다”며 "가정 형편이 어렵고 삶이 힘들어 얼마전 공무원을 찾아가 1000만 원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뇌물로 건넨 돈을 공무원이 받지 않았다고 주장해 기억을 상기시켜주려고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A씨는 이씨를 명예훼손,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해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괴산 김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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