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10년전 천연기념물 정이품송·정부인소나무 자목 대량 육성·식목일 맞아 유상분양 나서

 
 
보은군 장안면 정이품송 자목 양묘장이 3~10년된 묘목들로 가득 차 있다.
보은군 산림녹지과 장덕수 팀장이 정이품송 자목 양묘장을 둘러보고 있다.

(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충북 보은의 천연기념물 정이품송과 정부인소나무 후계목(後繼木) 육성을 통한 생물자원화 극비(極祕) 프로젝트가 마침내 그 베일을 벗었다.

식목일을 맞아 보은군이 10년 전 군유지 양묘장에 씨앗을 뿌려 비밀리에 키워온 정이품송과 정부인소나무 자목(子木) 수백그루를 국민들에게 유상 분양키로 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보은군 장안면 한 마을 야산 기슭에 자리 잡은 정이품송·정부인소나무 자목 양묘장은 높이 1~2m에서부터 3~4m에 이르는 연년생 소나무 묘목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진한 녹색으로 변한 묘목의 솔잎 끝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어미 정이품송의 자태를 빼닮은 아들나무도 간간이 눈에 띈다. 유전자검사를 마친 묘목들은 이름표를 하나씩 달고 있다. 모두 전국에 분양되기를 기다리는 묘목들이다.

보은군은 2010년 날로 노쇠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과 천연기념물 352호 정부인소나무의 대를 잇고, 이를 지역 생물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두 소나무의 솔방울을 채취해 대량의 정이품송과 정부인소나무 자목 육성사업을 펼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됐다. 보은군의 천연기념물 소나무 생물자원화 프로젝트는 전국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전해진다.

보은군은 산림청과 협의를 통해 장안면 2개 마을에 2.4㏊의 양묘장 부지를 확보하고,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인 두 소나무의 솔방울채취 허가도 받아냈다.

솔방울에서 나온 씨앗을 발아시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차적으로 양묘장에 뿌려진 두 소나무의 자목은 2만1000여 그루에 이른다. 첫해에는 각각 300그루씩 파종하는 수준이었으나 이듬해 정이품송 1500그루·정부인송 2000그루, 2013년 정이품송 1700그루·정부인송 2000그루로 그 수를 점차 늘려갔다. 2014년에는 각각 3000그루, 2015년 정이품송 1500그루·정부인송 1700그루, 2016년 각각 2000그루씩 파종했다.

보은군은 이같이 6년에 걸쳐 정이품송 1만그루와 정부인송 1만1000그루를 파종한 뒤 10년간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두 천연기념물 소나무 자목을 키워냈다.

10년 전 당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송석복 산림녹지과장은 “정이품송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정이품송이 수령 600년을 넘기면서 늙고 쇠약해져 솔방울이 일반 소나무보다 훨씬 작았다. 조그마한 씨앗은 핀셋으로 하나하나 찾아내야 했다. 발아율도 일반소나무의 30~40% 수준에 그쳐 싹을 틔우는데 어려움이 컸다.

보은군은 지난해부터 오래된 묘목을 옮겨 심고 있다. 이식을 통해 큰 나무로 키워야 상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는 연간 200~500그루 씩 유전자검사도 실시하고 있다.

보은군은 이곳 양묘장의 정이품송과 정부인송 자목 중 유전자검사를 거쳐 두 소나무의 자목으로 검증된 것만을 골라 일반에 유상 분양할 예정이다. 정이품송 묘목은 1그루에 100만원, 정부인송은 50만원이다. 보은군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20~30그루를 관공서에 먼저 분양했다. 보은 이종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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