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산물' 시대 상황 맞지 않아 선도부 폐지

(동양일보 곽근만 기자) 충북도내 중·고교에서 매일 아침 등교시간에 완장을 차고 매서운 눈초리로 학교 정문을 지키던 선도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충북도교육청이 권위주의의 산물로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선도부 폐지에 앞장서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동안 선도부는 주로 중·고등학교 고학년이 생활지도 교사를 대신해 두발이나 교복, 지각 등 학생들을 통제하고 적발한다는 취지에서 운영됐다.

학교 안 ‘작은 권력집단’으로 군림하는 선도부는 법적인 활동 근거도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학교를 황국신민화 수단으로 삼았던 일제 강점기 때 학생끼리 서로 감시하고 통제하도록 했던 것이 이어져 왔다고 보고 있는 시각도 있다.

선도부의 폐해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선도부 학생들이 친한 애들은 봐주고, 간식이나 학용품을 사다 주는 학생의 적발 사실(벌점)을 지워주는 것이었다. 일종의 ‘권력형 비리’였던 것이다.

학생 전체를 단속하기엔 교사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권한을 위임하는 식인데,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학교 폭력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이를 폐지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각 학교에 선도부 운영을 금지하는 공문을 보냈다.

교사가 선도부원을 임명하고 선도부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벌점부과, 규칙위반 적발 등의 활동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직 단체들의 폐지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신 학생자치 활동 중심의 학생활동이 되도록 캠페인과 계몽, 봉사 활동 등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일선 학교에서는 등교시간 교문에서 선도부 학생이 다른 학생의 복장이나 두발, 지각을 지적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선도부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000봉사단', '00써포터즈' 등의 봉사단체 이름을 사용하는 등 선도부의 활동을 개선하고 있다.

학생회 간부들과 교사들이 교문 앞에서 ‘서로 인사하기’, ‘생명존중 캠페인’ 등 다른 형태로 활동이 변화되고 있다.

김태완(도교육청 학교자치과) 장학사는“선도부를 없앤 것은 일방적인 학생 생활지도에서 소통하는 생활교육으로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고 말했다.

또 김 장학사는 “선도부가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만 조성할 뿐 생활지도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는 시각들이 많다” 며 “다만 학생자치가 성숙할 때까지 어느 정도 과도기가 필요한 것으로 본다” 고 강조했다. 곽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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