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이들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최근 발표한 ‘2018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 분석’에 따르면 의료지원을 받는 성폭력 피해자(79명) 중 49%(39명)은 피해 발생 3년 이후에도 여전히 의료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0년 전에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22명(27.8%)이었다. 1년 에서 3년이 27.8%(22명), 1년 미만이 22.8%(18명)였다.

상담소 관계자는 “이는 어린 시절 피해를 경험한 피해자들이 사회적인 미투(Me Too) 운동의 확산으로 과거의 피해 경험을 말하고, 치유와 회복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운영지침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치료 지원은 6개월 이내에 최대 300만 원을 지원하는 게 원칙이다. 피해 경과 기간에 관계 없이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지만, 피해 발생 후 2년 이상이 지나면 추가적인 증빙 서류가 필요하다.

이 보고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고소와 고발 등을 통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공론화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성폭력 피해자 지원 내용 1189건 가운데 법적 지원을 요청한 사례가 60.8%(723건)으로 2017년(전체 지원 건수 1421건)의 40.2%(571건)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고, 법적 처벌을 요구하면서 가해자로부터 역고소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실제 역고소에 이르거나 역고소 위협 및 협박을 받은 사례는 43건이었다. 이중 성인의 경우 성희롱 피해로 인해 가해자로부터 역고소 피해를 겪는 상담이 11건(25.6%)로 가장 많았다. 청소년이나 어린이일 때 겪은 강제추행 피해를 사건화했다가 가해자로부터 무고나 명예훼손 등의 역고소를 겪는 사례도 각각 2건 (4.7%), 1건(2.3%)있었다.

상담소는 “피해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의료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27.8%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을 통해 성폭력 피해가 남기는 흔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더욱 필요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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