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퇴근길 늘 지나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횟집을 보면 우리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 횟집은 지난해 초 맛있는 숙성회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 친절한 서비스로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자리를 잡았고 늘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맛과 가격 등은 그대로 인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고 손님이 아예 없는 날도 더러 있었다. 말없이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창밖을 내다보는 주인의 얼굴이 애처롭기만 할 뿐이었다.

최근 불어 닥친 꽃샘추위처럼 우리가 직접 피부로 느끼는 골목경제도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국내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가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며 현재 경기는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 내수, 투자, 수출부문에서 경기 회복의 조짐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부문별 국내 경기 동향을 살펴보면, 전체 소비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주요 소비선행지표가 부진한 모습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건설투자에서는 공공부문 수주가 미약하게나마 방어선을 쌓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건설 경기의 하강 추세는 막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수출은 단가 하락과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3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국내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은 이미 올 들어 20%가량 하락했다.

한국 경제는 장기적 불황과 새로운 도약 사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로운 경제 활로를 열기 위해서는 대외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고 민간 주체의 심리 개선이 이어질 수 있는 경제 시스템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을 통해 신산업을 발굴하고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꽃샘추위가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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