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수 청주시청원구 교통행정팀장

전의수 <청주시청원구 교통행정팀장>

(동양일보) ‘삶에 아무것도 들이지 마라’의 저자 윌리엄 달림플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인도 여행에 바쳤다.

그는 인도 문화와 현실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인도인들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인도 전역을 여행하면서 타타 트럭이 천둥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현대 인도의 도로 위에서 구원을 찾는 성자나 자이나교 승려 탄트리카 혹은 사두가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사람은 그것이 성스러운 소명이라며 폭력투쟁에 뛰어드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경건하게 비폭력을 실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어떤 사람은 신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고 또 어떤 사람은 신이 자기 몸속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내가 몇 년 전 인도에 갔을 때 뉴델리의 길은 이륜차 삼륜차 버스 타타 트럭이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과 어우러져 운행하는데 길 한쪽에는 소가 누워있고 횡단보도의 인도 턱에는 집시가 손을 내밀고 구걸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무질서하고 부조화 속에서 조화롭다고 하면 이상한가? 심지어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는 것을 봤다.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가이드에게 묻자 가이드가 “인도니까”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인도는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길을 가면서 완전히 벌거벗고 온몸에 재를 바른 저자 또래의 사두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산야시(영적 깨달음을 위해 나선 구도자)가 된 것은 4년 반 밖에 안 됩니다. 대학에서 MBA를 땄고, 뭄바이에서 대기업 전자제품 판매 매니저였죠. 어느 날 문득 냉장고나 팔며 내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사와 부모께 내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하겠다는 편지를 써놓고 바라나시 행 열차를 탔습니다. 거기서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진 다음 온몸에 재를 바르고 사원을 찾아갔습니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나는 MBA 소지자가 나가사두(벌거벗고 사는 고행자)가 될 수 있는 세계에 익숙해졌습니다.”

저자가 만난 9명의 사람들은 너무나 특별했고 그들의 목소리는 무척 강렬했으므로 이 책을 쓰기로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등장인물들이 그 혹은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만듦으로써 인도의 종교를 다룬 수많은 서양 저작물들이 손상시킨 ‘신비로운 인도’에 관한 상투적인 표현들을 피하고자 했다. 이 책은 논픽션 단편집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한 여승의 삶’에서 자이나교도들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고 누군가가 자신에게 먹을 것을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들은 오로지 오른팔을 구부려 자기가 배고프다는 걸 보여주는 것뿐이다. 해지기 전까지 아무 음식도 얻지 못하면 그들은 굶고 잠을 자러 간다. 자이나교도에게 있어 고행자로 산다는 것은 신이 되는 것보다 더 고상한 사명이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이 삶은 우리 영혼을 해방시켜 준다. 사고와 행동도 하나가 되고 여행과 목적지도 하나가 돼 결국 우리는 마치 강물처럼 완전한 초월을 향해 앞으로 나간다.

삶에 대한 정체성, 신앙에 대한 다양한 해석, 신분과 신의 역할의 반전, 가장 순수한 감정 표현에 내맡김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유, 초월적 실체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현재의 물질세계와 인간 존재의 몸과 마음속의 궁극적인 진리를 추구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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