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사흘간 축구장 742배, 여의도 면적 1.8배에 해당하는 산림 530ha와 주택 400여 채를 태우고 꺼쳤다.

휘몰아치는 강풍에 초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뻔 했던 산불이 빠르게 진압될 수 있었던 산불이 강원 일대로 번지자 전국 각지의 소방차 872대, 소방대원 3251명이 밤새 어둠을 뚫고 화재 현장으로 출동해 불을 껐다.

5년 전 세월호 참사 때와는 전혀 다른 대응을 보였다.

대전과 세종, 충북, 충남 등 충청지역도 대규모 소방장비와 인력을 투입, 강원도 소방관들과 힘을 합쳐 진화작업을 펼쳤다.

충청지역은 가장 많은 240대를 보냈다. 대전소방본부는 소방차 16대와 인력 41명을 지원했다.

세종은 차량 11대와 29명, 충남은 펌프차와 구조버스 등 147대의 장비와 832명, 충북은 펌프차 등 장비 66대와 244명의 인력을 지원했다.

소방청은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에 대응 수준을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소방인력·장비를 사고지역에 투입했고, 군장병 1만6599명, 경찰관 1700여명이 투입돼 산불 진화와 인명구조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번 화재 진압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소방차 행렬이 양양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강원도가 보유한 소방장비와 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는데 시·도 간 공조했기에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시민 영웅들의 활약도 컸다. 속초시 식당 배달원들은 오토바이를 몰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노인들을 구조했고, 병원 직원들은 구급차가 모자라자 자기 차로 환자들을 옮기기도 했다.

청주대 사회봉사센터는 산불로 긴급 대피한 주민들을 위해 매트리스와 담요 700장, 컵라면 500개, 생수 700개, 베개, 휴지 둥 250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지원했다.

청주대 총학생회와 학군단 학생 30여명은 봉사활동을 펼치고 이재민들과 아픔을 나눴다.

이처럼 재난을 이기기 위해 협력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아직 이 세상은 살만하다는 희망을 가지게 만든다.

올해 5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건들을 겪으며 사회의 위기대응 역량과 안전의식이 한 단계 성숙해졌음이 실감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남은 과제 또한 많다. 피해 주민들이 하루속히 안정을 되찾고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이다.

강원지역이 연례행사처럼 산불로 고통을 겪는 데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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