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4월7일, 일요일인 이날은 63회 ‘신문의 날’이었다. 한국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일인 4월7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신문생일이다.

매년 그랬듯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온 신문의 날이었건만 이날을 특별히 기억하거나 기억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지난 4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기념축하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해 주고 언론인들을 격려한 것이 고작이다.

4월7일은 신문의 날이자 보건의 날이다. 그런데 달력엔 보건의 날만 표기돼 있지 신문의 날은 찾아볼 수 없다. 신문지면에도 보건의 날 행사 관련 기사만 띈다.

솔직히 말해 신문의 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반가울 것도 없다. 신문이 처한 현실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랄 것도 없지만 지금의 신문은 경영과 질 측면에서 모두 위기다.

외부적 요인으로는 스마트폰이 있다. 관공서 사무실 탁자 위에 수북하게 쌓인 신문이 손때 하나 묻지 않고 배달된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모습을 보면 속에 불 난다. 신문을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는 모습은 이젠 전혀 낯설지 않은 광경이 됐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온통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신문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아니 다른 업종보다 더 큰 직격탄에 휘청거리고 있다는 표현이 옳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언론 종사자들의 자질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종이신문의 위기는 곧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경영을 핑계로 언론인의 사명을 내팽개치는 일은 없는 지 신문의 날을 보내면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신문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것도 신문인지 이런 사람이 기자인지 무수한 지탄을 받고 있고 그런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돈만 좇는 경영주, 기자랍시고 공사 현장 찾아다니며 약점이나 들춰내는 사람들, 기사 한 줄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보도자료나 베끼는 사람들, 양아치 소릴 들을 정도로 언행이 불손한 자 등등... 이런 사람들한테 기자라는 호칭을 갖다 붙이는 현실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창피한 일이지만 이런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에 심각성이 더 하다. 신문의 사명이 어떻고, 기자의 사명이 어떻고를 떠나 언론풍토가 망가져도 이렇게 망가졌다는 것은 곧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제2의 허문도’가 다시 나와야 한다는 말을 들어야 하나. 신문의 위기가 그냥 온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IT라는 외적인 요인에 기자의 자질 문제까지 덧씌워져 언론 환경, 특히 신문 환경이 악화됐다지만 그렇다고 신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 구석구석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때 중심을 잡고 정론직필하는 언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요즘과 같은 1인 미디어 시대에 가짜뉴스가 판을 쳐도 속수무책일 때 사실에 바탕한 정제된 뉴스를 생산하는 정통언론의 존재와 가치는 빛이 나게 마련이다.

이러한 언론 역할은 경영주와 그 종사자들의 사명의식, 사회의 협력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제대로 된 언론이 없는 세상은 상상 자체만으로 끔찍하다. 그만큼 국가·사회발전과 국민의 알권리 충족에 신명을 다 바칠 언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관공서 광고에만 의존하는 언론지형이 바뀔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경영주는 다각적인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하고 도민과 기업들은 건전한 신문 육성 차원에서 애정을 갖고 신문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언론환경을 외면하고 사명과 의무 이행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신문다운 신문만큼은 제대로 걸어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는 거다.

작년 말 현재 충북에 있는 기업은 1만30개다. 이는 전년(2017년)보다 484개 늘어난 것으로 기업 모시기 효과다. 지자체들은 기업 유치를 위해 공장용지 조성원가 제공, 각종 제도개선, 근로환경 조성, 정주여건 개선 등 당근을 제시해 왔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이 당근만 빼 먹었지 지역사회와 함께하려는 상생 의지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 상생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지역신문 구독하기다.

기업들이 지역신문 구독에 동참한다면 그만큼 신문산업의 앞날은 밝아진다. 필자가 근무하는 동양일보가 아니어도 좋다. 도내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라면 어느 것이든 괜찮다.

기업유치에 쏟는 열정만큼 건강한 지역신문을 위해 구독을 유도하는 지자체의 전향적인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욕심일까. 신문의 날을 보내면서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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