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낙태는 죄인가? 불가피한 선택인가?

헌법재판소가 11일(오늘) 낙태 처벌의 헌법 부합 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보이지 않게 눈감아준 불법’ 묵인돼온 낙태죄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여성에게만 죄를 묻는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위헌심판 대상은 1953년 제정된 후 66년간 유지된 형법 269조 1항의 '자기 낙태죄'와 형법 270조 1항의 '동의 낙태죄'다. 낙태한 여성을 실형에 처하도록 한 조항과 낙태 시술을 한 의사도 마찬가지의 처벌을 받게 한 것이 이번 헌재 판단의 골간이다.

그중에서도 헌재가 내려야 할 판단의 핵심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것이다. 2017년 기준 연간 약 5만건의 낙태가 이뤄지지만, 낙태죄로 실제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가 극소수인 데다 처벌수위도 낮아 낙태죄 조항이 사문화하고 있는 상황도 정리해야 한다.

헌재는 사회·경제적 이유로 임신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원하지 않는 여성의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행복 추구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조사대상자의 절반을 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인권위도 나선바 있다. 지난 3월에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건강권·생명권·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럽에서 가장 엄격하게 낙태를 금지해온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도 임신 12주 내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사항이다.

헌재가 이같은 사회적 여론을 감안하고 국민의 정서에 맞는 눈높이 결정을 내릴 경우 중요한 숙제가 남는다.

정부 후속조치 마련을 위해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일은 낙태죄가 사라진다 해서 국민들 사이에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 될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같은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무분별한 낙태를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을 논의해야 한다.

국회도 정부와 힘을 합쳐 낙태죄 폐지가 가져올수 있는 부작용과 그릇된 인식 확산을 막을수 있는 적절한 입법을 준비해야 한다.

국회 정부 당국은 물론 시민사회와 의료계·종교계가 합심해야 하고, 가정에서도 이번 결정 이후 생명존중에 대한 자녀교육에 더 신경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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