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뇌물수수 폭로한 이씨…'가방장사'로 활동

(동양일보 김진식 기자) 괴산군 공무원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충북청 지능범죄수사대가 10일 괴산군 환경수도사업소가 발주한 광역쓰레기 소각장 공사 등 3년 치 관급 공사 입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사업소가 발주한 공사의 입찰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자유게시판과 친절공무원 추천란에 사무관 김모(58)씨의 뇌물수수 의혹을 폭로한 이씨는 괴산군 등 관공서를 돌며 속칭 '가방장사(낙찰후 하도급만 주는 전문 브로커)'영업을 했다.

공무원과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이모(54)씨는 청주의 한 친환경 보도블록 업체의 영업사원으로 활동하며, 관공서가 발주한 공사·물품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따 주고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았다.

그는 신기술을 보유한 업체나 조달청 우수조달품으로 등록한 업체 대표이사 명함을 여러개 만들어 공무원을 상대로 공사계약을 주는 대가로 금품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청에 '우수조달품목'으로 등록된 제품은 별도의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공공기관에 우선 공급할 수 있다. 이씨는 이런 점을 노려 공무원 등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기술·특허 등 특정 공법을 포함한 공사는 신기술 보유 업체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이씨는 2017년(통신보안개선공사), 2018년(CCTV설치공사) 괴산군이 발주한 2000만 원 미만 수의계약 공사 2건을 수주했다.

신기술·특허 등 특정 공법을 포함한 공사는 입찰과 무관하게 신기술 보유 업체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경찰은 김씨의 뇌물수수 의혹을 규명하고자 이씨가 수사협조차원에서 제출한 법인 인감, 금융계좌 입·출금 내역을 세밀히 훑어보고 있다. 어느 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는지, 누구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달 21일 "소각장 공사와 관련해 공무원에게 1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김씨를 만난 계기부터 뇌물과 향응을 제공한 장소를 특정해 글을 썼다.

하지만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와 한번 만나 식사 하고 술을 마셨지만, 금품은 받지 않았다"며 이씨를 명예훼손, 공갈미수로 혐의로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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