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부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고등학교 무상교육 방안을 확정했다.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2021년에는 고등학생 전원이 무상교육을 받게 된다. 고등학생들은 앞으로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는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하는 동시에 서민의 교육비 지출 부담을 덜기 위한 것으로, 현 정부가 포용 국가 실현을 위한 교육 분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정책이다.

선진국이라면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돈이 없어서 학교에 못 간다면 이는 국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교육 문제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무상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고교 무상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뿐이라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고교 무상교육을 실현한다면 이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고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시행하면 매년 2조원가량이 필요하다. 당·정·청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부담금을 제외한 고교 무상교육 총 소요액을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에서 별도로 지원할 수 있는 '증액교부금'을 빼면 시도 교육청이 매년 떠맡아야 하는 액수는 약 9466억원이다.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 이 방안이 현실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한두 해도 아니고 매년 이 정도의 비용을 교육청이 지속해서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의 모임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국가가 책임지고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제2의 누리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교 무상교육 관련해서 시도 교육청에 재정 부담이 갈 것을 우려해서 고교 무상교육 일정이 확정도 되기 전에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 재원을 놓고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갈등을 빚는다면 이는 누리과정의 재판이 될 것이다. 원래 2020년 고교 3학년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0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덜컥 1년을 앞당겼다. 이미 실시하기로 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떤 식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연구하고 치밀하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감들의 협조만 기대할 수는 없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재원 마련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효과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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