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수 청주시청원구산업교통과 교통행정팀장

(동양일보) 출근하는데 좀 춥다. 꽃샘추위가 온 것이다. 그런데 이 날씨가 싫지는 않다. 왜냐하면 모처럼 만에 미세먼지를 휙 날려 보내고 마치 가을 날씨같이 하늘이 높고 푸르고 깨끗하고 청명한 느낌을 주는 시원스러운 날씨를 선물했기 때문이다. 참 상쾌해서 좋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제저녁에 읽었던 책 한 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

사람의 만남에서 가장 극한 이별은 무엇인가, 바로 죽음이다. 그런데 저자는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언니를 잃게 되고 그 이후 3년간 이를 잊기 위해 즐거운 척, 바쁜 척, 행복한 척해 봤으나 오히려 더 상심에 빠져들어 낙심하는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앤마리가 죽었어.”

난 비명을 질렀다. 또 질렀다. 차를 세우고 계속 비명을 질렀다. 목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중략) 나타샤는 카우치에서 아버지 곁에 앉아 울고 있었다. 아버지의 뺨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몸을 앞뒤로 흔드는 바람에 팔을 잡고 있던 나타샤도 함께 움직였다. “하룻밤에 셋.” 그는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룻밤에 셋.”중얼거림은 끝없이 계속되었다.

저자는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을 속이는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일 년 동안 집안일은 안 할 것이고 그 밖에 사소한 것은 모두 도와줄 것을 가족들에게 요구하고 하루에 책 한 권씩을 읽고 서평을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책은 그 일 년 간 독서 과정에서 느낀 점을 책으로 쓴 것이다.

“나는 평생 동안 책을 읽어왔다. 또 읽어야 할 필요가 가장 컸을 때 책은 내가 부탁한 모든 것과 그 이상을 줬다. 나의 독서의 한 해는 언니를 잃은 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파악하는 데 필요한 여백을 줬다. 책의 요양원에서 보낸 한 해는 내게 무엇이 중요하며 무엇을 남겨두고 가도 되는지 재규정할 수 있게 해줬다. 살면서 겪는 일시 중지가 모두 이만큼 힘들지는 않겠지만 빛의 속도로 돌아가는 나날에서 잠시라도 떨어져 나와 쉬는 것은 뒤집어진 삶의 균형을 복원할 수 있다.

세대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아버지가 외쳤던 “하룻밤에 셋.”은 아버지 자신이 딸을 잃은 입장에서 전쟁이 한창이었던 그날에 (아버지의) 어머니가 하룻저녁에 세 명의 아들을 잃었을 때의 그 느낌을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나왔던 외침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휴식과 여행과 정신적인 위안을 받고 언니를 잃은 것에 대한 치유의 과정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위안이 무엇인지, 치유가 어떻게 됐는지 정신적인 위안은 무엇이었는지를 알고 싶지 않은가?

저자는 마지막에 이야기한다.

“나의 행동 중지 기간은 지나갔고 내 영혼과 몸은 치유됐지만, 그 보랏빛 의자는 그리 오래 비어 있지 않을 것이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너무나 많고 찾아야 할 행복이 너무나 많으며, 드러내야 할 경이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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