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계 큰 손 행세… 알고 보니 전과3범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최근 청주에서 사채업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한 50대 여성이 백화점 관계자 등에게 100억원 대 사기행각을 벌이고 종적을 감추면서 피해자가 속출,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경기도 평택출신으로 금융사기전과 3범으로 알려진 A(53)씨는 '김마리아'란 가명으로 2015년 하반기께 자신을 중소기업에 긴급자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로 속이고 당시 내연관계였던 모 은행간부 B씨와 현대백화점 충청점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A씨는 백화점에서 명품의류와 보석 등 고가의 상품을 매달 2000만~4000만원정도 소비하면서 VIP(자스민클럽) 회원이 됐고, 최근까지 약 3년간 모두 10억원어치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역아동센터를 돕는다며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많은 양의 고급 식자재를 트럭에 가득 채워 공수하는 등 자신의 재력을 주변사람들에게 과시해 왔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구입액이 3500만원 이상인 고객부터 일반VIP로 구분하고 있으며 3억원, 5억원, 7억원, 10억원 이상을 최상VIP로 세분화해 등급별로 △발렛파킹 서비스 △전용라운지 제공 △명품잡지 제공 △생일·명절 선물 △전국열차여행 △전세기이용권 △크루즈세계일주여행권(50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 큰 씀씀이로 백화점에서 유명인사가 된 A씨는 점장이 직접 나와 인사를 하는 등 특별관리대상이었으며 한 매장에선 A씨에게 큰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곧 본색을 드러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어머니와 조카(수양딸), B씨 명의의 계좌를 만들게 했고 이 계좌를 이용해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또 신뢰를 얻기 위해 백화점을 비롯해 고급미용실 등을 다니며 B씨를 자신의 남편이며 은행 지점장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A씨는 백화점 관계자 등에게 높은 이자를 미끼로 사채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고 적게는 수 천 만원에서 많게는 17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하물며 계좌를 개설해준 B씨에게 3억원을, 자신의 가사도우미와 30대 운전기사에게까지도 각각 4억원과 6억원을 똑같은 방법으로 받아 챙기는 등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액만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0일 낮 자신의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돼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지난 11일 청주흥덕경찰서에 A씨를 상대로 금융사기피해에 따른 고소장을 제출, 조만간 피해자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A씨에게 사기를 당한 한 피해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100억원이고 아직까지 사기를 당한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며 “인천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A씨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시간을 벌기위해 계획적으로 일정기간 수익금과 선물 등을 한 행위가 자칫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사건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피해자 중에는 망연자실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도 있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하루빨리 A씨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대백화점 충청점 관계자는 “백화점 내 피해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미 매장별로 전수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A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