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주무관 보은교육지원청 행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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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늑대가 나타났다!”

우리는 어릴 적 한번쯤 동화책이나 매체 등으로 동물들을 의인화시켜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인 이솝우화를 접해보았을 것이다.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양치기 소년’의 교훈은 평소에 정직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신망을 잃어 후에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필자는 이 우화를 요즘 화두인 ‘안전’의 측면에서 재해석을 해보려 한다. 어쩌면 양치기소년의 변호사 노릇을 할 수도 있겠다.

양치기소년은 과연 재미를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일까? 양치기소년이 거짓말로 인해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언제든 늑대가 나타날 것을 대비해 양을 언제든 지킬 수 있도록 마을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항상 대비하게 만든 선의의 거짓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대입해보자. 양치기소년은 정부로 마을사람들은 국민, 늑대는 재난, 양은 재산이나 문화유산 같은 물질적 가치로,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재난에 대한 대비와 그에 따른 홍보로 말이다.

조금은 억지일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에서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을 마을사람들이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필자는 안전불감증(일명 양치기즘)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국가차원에서 매뉴얼과 동영상을 만들어 홍보하고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재난문자를 보내고 매년 민방위의 날에 전국적으로 대피훈련을 한다한들 머리로는 재난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존에 만든 시나리오로 훈련을 답습하고, 또 대피훈련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들 스스로가 현재 자기가 있는 건물의 비상대피로는 어디이고, 소화기는 어디에 배치되어있으며,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자위소방대의 본인 역할은 무엇인지 알고는 있는가? 위 3개의 질문의 모든 대답을 할 수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평소 이러한 안전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다가 재난이 발생한 후에야 부랴부랴 안전에 관심을 갖고 행동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행동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위 이야기처럼 양치기 소년이 백날 늑대가 나타났다고 말한들 정작 마을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늑대에게 양을 모두 잡아먹히고 나서 오히려 양치기 소년을 나무라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

결국 양치기소년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안전불감증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달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가 되는 해이다.

우리는 아직도 이 사태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애도를 표하면서도 정작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양치기즘’에 빠져 지금 우리의 안전을 돌보고 있지 않은 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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