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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230년 전 ‘화재 대응 매뉴얼’
풍향계/ 230년 전 ‘화재 대응 매뉴얼’
  • 동양일보
  • 승인 2019.04.18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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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 노트르담 대성당이 붉은 화염에 휩싸인 사진이 아직도 잔상에 남아 그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화재가 일어나던 그날(4월15일) 그 시간(오후 6시 50분)에 프랑스 전역의 100여개 성당은 일제히 종을 울리며 노트르담의 아픔을 함께했다고 한다. 장엄하게 울리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소리를 대신하듯, 프랑스 전역에 울려 퍼진 종소리가 너무도 아름답고 처연해서 사람들은 형언할 수 없는 북받침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성당과 교회들이 종을 울리며 연대감을 표했다. 슬픔 속에서도 종소리는 마법같은 연대감으로 노트르담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2세기 건축물로 1825년 프랑스의 마지막 왕인 샤를 10세까지, 모든 왕의 대관식을 거행한 역사적인 장소이며, 종교와 예술, 유럽의 문화를 집결한 인류문화 유산이다. 프랑스 대혁명 때 성당 일부가 붕괴되기도 했고,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폭격으로 피해를 입기도 했다. 19세기 들어서 20년이 걸리는 대대적인 복원으로 오늘의 모습이 갖춰졌다.

이번 화재로 첨탑과 지붕이 소실돼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그러나 화재를 계기로 크게 배운 점도 있다. 화재 발생 하루 반 만에 케어링, LVMH, 애플, 로레알, 에어프랑스 등 전 세계 기업과 재단으로부터 1조원에 달하는 기부금이 모이고, 마크롱 대통령이 5년 내로 성당을 복원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군참모총장 출신의 장 루이 조르젤랭을 성당 복원 책임자로 임명했다거나 하는 등의 발빠른 대응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소방관들의 활약과 23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대응 매뉴얼’ 때문이다.

화재발생후 프랑스 각지에서 몰려든 400여 명의 소방관과 경찰 등은 화재 초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성당으로 들어가 서로 손을 잡고 200m의 인간 띠를 만들어 유물을 밖으로 빼내는 일부터 했다. 파리 소방서 사제로 복무 중인 장 마크 포니에르가 인간 띠 선두에 섰다. 이 덕분에 귀중한 유물 수십여 점을 구할 수 있었다. 이들은 또 첨탑이 무너진 직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성당 안으로 들어가 종탑으로 번지는 불길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만일 불길이 종탑까지 번졌을 경우 13톤 무게의 대형 종이 떨어져 그 충격으로 건물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이러한 행동이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대응 매뉴얼’에 따랐다는 점이다.

230년 전에 ‘화재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다니. 1789년 대혁명 때 피해를 입었던 노트르담 대성당은 혹시 또 있을지 모를 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프랑스 당국과 재해 대비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고, 이번에 그 매뉴얼이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이 매뉴얼에는 화재 발생 시 가장 먼저 구해내야 할 순서로 첫째 사람, 둘째 유물 등 문화재들, 셋째 제대, 넷째 목재 가구들, 기타 구조물 순으로 순위를 정해놓았다. 사람과 유물이 우선인 것은 건물은 파괴돼도 시간과 돈을 들이면 복원할 수 있지만 사람과 문화재는 한번 사라져버리면 되찾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노트르담 화재에서 비록 첨탑과 지붕 등 일부 구조물들은 소실됐지만 문화재와 사람들이 무사한 것은 이러한 매뉴얼에 따라 소방관들이 신속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우리도 2008년 숭례문 화재로 이런 아픔을 겪은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는 어땠는가? 문화재별 화재 대응에 따른 매뉴얼은 커녕 우왕좌왕 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그 귀중한 문화재가 전소되고 말았다. 후에 문화재 전문가의 말을 듣자니 목조 건축물 화재 진압시엔 기와를 들어내는 것이 우선인데 추후 책임을 추궁받지 않기 위해 어느 누구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해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또 이런 일이 없으란 법이 없지 않는가.

참으로 가슴아픈 제천 스포츠센터의 화재, 더 말할 것도 없는 세월호 사고, 어린이집 붕괴사고 등...더 이상은 이런 끔찍한 일이 없어야 하지만, 이제는 우리 주변의 모든 부분에서 안전을 위한 구체적이고도 철저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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