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연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윤소연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 “안녕하세요오~”

18개월 아가들의 인사를 받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두 손 공손히 모아 머리와 무릎을 동시에 한껏 숙인다. 아이들은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기도 전에 ‘안녕’이란 인사를 웃으면서 따라 한다. 그 후로는 ‘인사해야지!’ 말만 하면 신기할 정도로 조건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흔든다. 인형, 물 컵과 같은 사물에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보며 인사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부모가 되면 인사를 더 많이 하게 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이웃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아이들에게 ‘안녕하세요’를 가르치면서 부모들이 인사를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소한 모습도 모방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어릴 적 인사가 누군가와의 관계의 시작이 된다.

우리는 이웃 간 소통이 사라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아래층, 위층에 누가 사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릴 적 교과서에 나왔던 것 같은 ‘이웃사촌’이란 단어는 이제 어색할 정도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엄마’,‘아빠’ 다음으로 가르치는 단어는 ‘안녕’이 아닐까 싶다. 인사는 여전히 그만큼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 가치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인사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는 이유는 인사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주는 첫 단계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과 행동을 통해서 상대에게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면서 살아간다. 상황에 맞는 센스 있는 인사는 호감 가는 사람의 기본이다. 매일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직장에서 역시 인사는 필수다. 인사는 누군가에게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가정에서도 인사는 이웃 간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사로 시작한 이웃 간의 소통은 층간 소음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내 윗집,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를 알고, 그 집 아이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면 층간 소음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넘길 수 있게 된다.

미국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는 “인간관계는 ‘인사’에 의해서 계기가 만들어지고 ‘대화’에 의해 더욱 깊게 된다”라고 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인사를 잘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많이 퇴색된 만큼 그 가치는 더 크고 빛난다. 나 자신에게도,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중요한 본질은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 역시도 주변을 돌아보길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 아이들을 키우며 인사의 가치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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