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청주청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동양일보) 사이버수사팀에서 주로 수사하는 범죄는 사기가 대부분이다. 피싱, 스미싱, 파밍 등 사기수법에 따라 다르게 불려지지만 하나로 보면 모두 사기이다. 인터넷 중고나라에서 물품을 거래하다 사기를 당하는 경우는 전통적인 사기 수법으로 최근에는 피싱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 자부할 만큼 말을 못하는 영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이 연결되는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다닌다. 그만큼 범죄에 노출된 범행대상 범위가 넓고, 연령대에 맞는 사기 수법들이 속을 수밖에 없도록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여성들의 경우 중장년 여성들이 주로 타겟이 된다. 자녀에게서 ‘엄마 나 사고났어요. 급하게 돈 좀 입금해주세요.’라는 카톡 메시지를 보는 순간 아무런 생각없이 입금하게 된다. ’소액결제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시려면 0000를 누르세요‘라는 메시지를 받고 누르는 순간 핸드폰은 악성코드에 감염되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를 탈취당하거나 소액결제를 취소하기 위해 전화한 업체에 오히려 소액결제 피해를 당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남자들의 경우 피해금액이 여자들의 경우보다 피해금이 높은 편이다. 젊은 남성층의 경우 미모의 여성을 가장한 조건만남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성을 만나는 조건(일명 조건만남사기)으로 우선 소액을 입금하게 하고, 보증금, 입금오류를 이유로 추가 입금하도록 유도, 환불을 요구하면 입금한 금액만큼 입금시켜야 환불된다며 나중에는 만남자체보다는 피해금을 환불받기 위해 계속 입금을 하게 된다. 실제 사건중에 피해금을 환불받기 위해 대출을 받아 수천만원을 입금한 사례도 있었다. 이것보다 더 악질적인 것은 몸캠이다. 주로 청소년들이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채팅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상통화를 유도하여 음성지원파일 등 파일을 다운을 받도록 유도하는데 이 다운받은 파일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 등 정보를 탈취하는 악성코드이다. 다운받은 앱이나 파일을 통해 얼굴과 성기가 보이도록 알몸으로 화상채팅을 하게 하고 이 영상을 볼모로 삼아 탈취한 휴대전화번호를 이용 지인들에게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여 돈을 뜯어가는 수법이다.

피해자들은 수치스러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각종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아 입금을 해준 뒤 경찰관서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경찰서에 오기까지 이미 정신적, 물질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이다. 그나마 피해를 당한 후 30분 이내라면 ‘ATM지연인출제도’가 현재로선 가장 효율적이다. 지연인출제도란 100만원 이상 입금한 경우 ATM기기에서 30분내 인출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로 피해사실을 바로 인지하였을 경우 현금인출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이다.

노년층의 경우는 피싱의 아류작인 대포통장과 대포폰의 대상이 된다. 대출을 받는 조건으로 입출금 내역이 많아야 한다면서 혹은 대출금을 입금시켜 주겠다며 퀵서비스를 통해 통장, OTP, 체크카드등을 요구한다. 피해자들은 가뜩이나 형편이 넉넉치 않은데 이런 피해까지 당한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피싱 범죄는 예방이 최선이다. 모르는 번호나 메시지는 클릭하지 말고 바로 차단, 지인이 금전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낼 경우 입금하기 전 반드시 확인을 하고, 나의 개인정보, 계좌번호는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주의, 사기라고 생각이 들면 더 이상 나가지 말고 바로 멈추어라. 피싱 범죄자들은 절대 속이는 자들에게 돈을 환불해주지 않는다. 내 계좌에서 이체된 피해금을 되찾는 일은 정말 멀고도 험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피싱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여 범죄자들의 배를 불리는 일이 더 이상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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