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대 의대 연구진, 생쥐 피부서 '분자 스위치' 발견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미국에만 150만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루푸스병(전신성 홍반성 루푸스)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이란 외부 침입을 방어해야 할 면역체계가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자가면역질환은 여성 환자가 남성의 9배에 달할 만큼 성별 발생 편차가 크다. 피부, 관절, 신장, 폐 등에 염증이 생기는 루푸스병만 해도 가임기의 젊은 여성이 많이 걸린다.

의학계의 오랜 미스터리였던 남성보다 여성이 자가면역질환에 약한 이유가 일부나마 밝혀질 것 같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 의대 과학자들이 면역반응 유전자를 제어해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분자 스위치'를 생쥐의 피부에서 발견했다.

이 대학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요한 구디온손 피부병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저널 'JCI 인사이트(JCI Insight)'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고 온라인(www.eurekalert.org)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넓은 의미로 분자 스위치는 단백질의 인산화 및 탈인산화 반응 등을 말한다. GTP 결합 단백질이 활성형이나 불활성형으로 변환하면서 반응 감시, 진행 신호 등의 기능을 해 이런 개념이 생겼다.

연구팀이 '분자 스위치'로 지목한 건 VGLL3이다. 남성보다 여성의 피부에 이 단백질이 많이 있다는 건 같은 대학의 다른 연구팀이 3년 전에 발견했다.

이번에 새로 알아낸 사실은, 피부 세포에 VGLL3가 너무 많으면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을 유발해 결국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생긴 면역 과민반응은 피부를 넘어서 다른 신체기관도 공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디온손 교수는 "면역반응 유전자를 제어하는 VGLL3가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형질전환 생쥐에 실험한 결과, 피부에서 VGLL3가 과도하게 발현하면 전신 홍반성 루푸스, 피부 발진, 신장 손상 등과 아주 흡사한 표현형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부 세포에 VGLL3가 너무 많으면 면역체계에 중요한 여러 유전자의 발현도가 달라졌고, 자가면역질환에서도 이런 유전자 중 다수의 발현도가 변화했다.

과다한 VGLL3로 인해 유전자 발현도가 달라진 생쥐의 피부는 비늘 같은 게 생기면서 벗겨졌다. 면역세포는 피부와 림프샘을 가득 채우고 남을 만큼 늘어났다. 또한 이런 생쥐에는 자기 몸을 공격하는 항체가 생겼는데 그중에는 루푸스 환자의 신장 조직을 파괴하는 것과 똑같은 항체도 포함돼 있었다. 무엇이 여성의 피부에 더 많은 VGLL3가 생기게 하는지, 무엇이 너무 많아진 VGLL3를 활성화하는지 등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과학자들은 남성 루푸스병 환자에서도 여성과 똑같은 VGLL3 경로가 작동한다는 걸 알고 있다.

현재 루푸스병 치료엔 스테로이드제 같은 게 많이 쓰이는데 감염 악화부터 암까지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온다. 이번에 VGLL3의 중요한 작용을 발견한 것이, 더 안전하고 부작용도 적은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기를 연구팀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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