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인간은 □과 □으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학생들의 답변은 다양하였지만 필자가 듣고 싶은 정답은 ‘몸’과 ‘마음’이었다. 지난 밤 과음으로 숙취에 시달리거나 어지러움을 느낄 때 그리고 몸이 심하게 아플 때면 ‘마음은 뭐라 해도 몸을 이기지 못하는 구나’라는 것을 실감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반드시 산책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지만 주말이나 휴일 아침이 되면 ‘산책을 꼭 해야 하나’라는 문제로 망설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무력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거나 점진적으로나마 변화를 추구해가는 모습을 보면 자존감을 회복하기도 한다. 몸과 마음으로 구성된 인간에게 ‘몸이 먼저인가 아니면 마음이 먼저인가’ 이것은 중요한 화두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익숙해진 삶과 단조로운 생활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필자 역시 그런 종류의 인간이다. 인간은 대체로 일상의 안락함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꿈꾸기를 지속할 것인가의 중간지대에서 어정쩡한 생활을 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대략 77퍼센트의 사람만이 새해결심을 일주일정도 지킨다고 하니 세상은 좀처럼 바뀌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매번 결심을 하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한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살다보면 결심은 결심일 뿐 우리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순전히 ‘뇌’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익숙하고 편안한 것에 잘 적응하도록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 반복적이고 일상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뇌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도록 만들지 않으면 우리의 인생은 결국 그렇고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미래가 뻔히 보이는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그것이 문제이다.

인간의 뇌에는 목표지향영역과 습관뇌영역이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처음하거나 새로 시도할 때는 전자가 작동되지만 이미 해 본 일들을 시도할 때는 후자가 작동된다. 어린아이의 경우 배움이나 경험이 적기 때문에 전자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많지만 어른이 될수록 후자에 지배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향은 직업이나 지위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경우나 창작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탐험가들은 전자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겠지만 사무직이나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후자가 발달될 것이다. 사회지도층들이나 조직 내 리더들은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하기 때문에 에너지소비가 많은 목표지향적 활동을 하겠지만 장삼이사나 추종자들은 특별한 신경을 쓰지 않고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한편 개개인의 성격도 중요하게 작용하여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것은 반드시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뇌의 발달구조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를 둘러싼 제반환경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큰 폭으로 변하고 있다. 더구나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가. 변화에 적응하고 환경을 극복하거나 수용하기 위해서는 나 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필경 내가 습관뇌영역에 빠져있다고 하여도 계속 거기서 허우적대서는 인간답게 생존하기 어렵다.

인간다운 생존을 위해서는 뇌의 목표지향영역을 늘려가야 한다. 나이가 들고 편안함을 쫒는 사람들 그리고 절박함이 없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으로 어렵겠지만 결국 변신하지 않으면 건강하게 생존하기 어렵다.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통한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작은 실패를 통한 통찰을 경험해야 한다. 인생의 여러 영역에 숨겨져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맛봐야 한다. 그곳에도 평화가 있고 보상이 있고 희망이 있다. 삶의 진폭을 넓혀서 나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일깨워야 한다. 먼저 마음을 흔들어서 몸을 춤추게 하여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