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희 논설위원/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강준희 논설위원/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동양일보) 좌씨전(左氏傳) 양공(襄公) 15년조에 나오는 <몽구(蒙求)>란 책에 보면 자한사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오고 이 글에는 화는 탐하는 마음보다 더 큰 것이 없다는 화막화어탐심(禍莫禍於貪心)이 나온다.

부연하면 사연은 다음과 같다. 송나라의 벼슬아치 한 사람이 어느 날 청렴하기로 이름 높은 대부 자헌에게 옥을 갖다 바쳤다.

그러나 자헌은 이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벼슬아치는 “나리, 이 옥이 마음에 안 드셔서 그렇습니까? 이 옥을 옥공에게 감정을 시켰더니 아주 진귀한 보옥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리께 바치는 것입니다.

”벼슬아치는 국궁한 채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어떡하든 이 옥을 대부 자한에게 바쳐야 소기의 목적(승진)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한데도 자한은 옥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 옥을 도로 가져가게. 나는 탐내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고, 그대는 옥을 보배로 알고 있으니 내가 만일 이 옥을 받으면 우리 두 사람은 모두 보배를 잃고 마네. 그러니 각자 자기의 보배를 소중히 간직하세.”

이렇게 자한은 보옥을 물리쳤고 벼슬아치는 망연자실 돌아갔다.

<시경>이란 책에 보면 탐관오리 ‘망국지상’이란 말이 나온다. 탐관오리는 망국의 상징이란 뜻이다. 그리고 <논어>에는 ‘관직에 있는 자 공평무사하면 곧 밝음이 생기고, 청렴결백하면 위엄이 생긴다’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직자의 부정 비리가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 머리 두 개가 생긴다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 뱀 하이드라처럼 잘라내고 잘라내도 무한정 생겨난다 한다.

선인들은 일찍이 명예를 얻으려는 자 조정(朝廷)으로 가고 잇속을 얻으려는 자 저자(市)로 가라 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조명시리(朝名市利)다. 벼슬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벼슬만큼 재물도 더 생긴다는 승관발재(昇官發財). 그러고 보면 이는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대학>이라는 책에서 맹헌자는 ‘벼슬아치 집에서는 백성의 재물을 거둬들이는 부하를 기르지 말아야 한다. 만일 백성의 재물을 거둬들이는 부하가 있다면 차라리 도둑질을 하는 부하가 낫다’라고 했다. 공직자의 부정 비리가 얼마나 더러우면 재물(뇌물)을 받는 것을 도둑질 보다 못하다 했겠는가.

<채근담>에서도 말하기를 이속(공직자)들이 자칫 한 번 뇌물을 먹고 몸을 시장바닥의 거간꾼으로 전락시키면 이는 깨끗이 살다 몸을 시장바닥의 거간꾼으로 전락시키는 것만 같지 못함으로 구렁텅이에 떨어져 죽는 것만 못하다 했다.

공직자는 깨끗하고 청렴해야 하고 그 깨끗함과 청렴함을 더 없는 보람과 긍지로 알아야 한다. 공직자는 국민의 수임자요 국민의 공복이기 때문이다.

고려 우왕 때의 충신 최영장군은 사헌두정의 벼슬에 있는 아버지 원직왕에게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견금여석(見金如石)’을 배워 이를 생활신조로 삼은 장수였다. 저 남송의 충신 ‘악비(岳飛)’는 천하가 태평할 수 있자면 문신은 불애전(不愛錢)하고 무신은 불석사(不惜死)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공직인들이여! 국민의 수임자(受任者)인 공인들이여! 이제 제발 좀 떳떳하고 당당하고 자랑스러워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공직인이 되자.

물론 공직사회가 전보다 많이 정화되고 친절해져 모범적인 공직인도 많지만 아직도 지난날의 그 못된 관존민비(官尊民卑) 냄새가 나는 공직인이 더러 있는 듯한데, 이는 필자만의 느낌일까? 필자는 친절하고 겸손한 공무원 몇 사람을 당해(當該) 기관에 알려 인사고과(人事考課)에 반영한 바 있다.

당연한 일임에도 그 공무원이 하도 미쁘고 예뻐서였다. 물론 필자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런 공인을 찾아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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