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정 청주시흥덕구건설과 주무관

최우정 <청주시흥덕구건설과 주무관>

(동양일보) 부푼 꿈을 안고 시설직 공무원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지 벌써 1년이 돼간다. 자신감과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첫 출근을 했던 그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요즘 내 모습은 어떠한가. 직장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처음의 설렘은 점점 잊혀져간다.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껴 도서관에 들른 나는 눈에 띄는 제목에 이끌려 DVD 한 편을 집어 들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께’.

이 영화는 제목에 묘한 흡입력이 있다. 사회 초년생의 직장생활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 장면부터 묘사되는 주인공 다카시의 출근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정말 직장이 즐거워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출근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먹고살기 위해서, 현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마치 내 주변 많은 이들의 모습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정신을 잃어 선로에 떨어질 뻔한 다카시를 야마모터가 구해준다. 자신이 다카시의 초등학교 동창이라 주장하는 그는 이후로도 찾아와 용기와 위로를 준다. 야마모토는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직장 상사에게 욕을 먹을 일도 없고, 주말에 회사에 불려나갈 일도 없다. 그야말로 자유다. 다카시가 술을 먹자고 하면 언제든지 유쾌한 모습으로 같이 먹어주는 야마모토, 직장도 없이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야마모토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계속되는 야근과 휴일근무, 그리고 일 중독 부장에게 오늘도 구박을 받는 다카시, 과연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가에 대한 야마모토의 질문에 다카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요즘 세상에 정사원으로 취직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맞는 말이다. 연금이나 건강보험, 나아가 결혼이나 가족 부양 같은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은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것들 때문에 인생이 괴롭다면? 내가 만약 다카시라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과연 안정된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괴로워하면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나는 이 책과는 조금 반대로 생각해 봤다. 나 또한 하나하나 업무를 배우고 처리하면서 실수도 연발하고 선배 공무원에게 금방 들었던 업무 관련 얘기도 돌아서면 기억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갈수록 초라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I can do it!(나는 할 수 있다)’ 평범하지만 정말 소중한 이 말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나 자신에게 용기를 주곤 했다. 자신이 결정한 일인데 지금의 상황이 조금 힘들다고 그만둘 것인가, 인생은 길고 이제 겨우 한 보 앞으로 나갔을 뿐인데 말이다.

학창시절에 토요일 오후가 얼마나 행복했던가! 아침에 급하게 출근할 때 힘들고, 퇴근해서 저녁에 술 한잔하는 시간이 제일 달달한 것도 갈등이 있기 때문에 기쁨이 있는 것이다. 어제까지 힘든 업무로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바로잡고, 지금 이 순간 온 정성을 쏟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명품 흥덕구의 일원으로 선배 공무원들과 같이 업무처리도 능숙하게, 민원 처리도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같은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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