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조사단 결과보고대회…세종시 추모의집 안치

충북 보은 아곡리에서 발견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 유해.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에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 유해 40여구가 발굴됐다.

충북도는 25일 충북미래여성플라자에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에 대한 결과 보고대회를 열었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은 지난 3월 7~17일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15-1(아치실 방앗골)에서 실시한 발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보고대회는 도내 유족회 뿐 아니라 전국 유족회, 사회단체, 도민 등 100여명이 뜨거운 관심을 갖고 함께 했다.

박 단장은 수습한 유해를 토대로 유해 부위별 개체 수, 희생자 연령대, 사망원인 등 인류학적 감식 결과를 보고했다.

이번 사업은 충북도가 올해 5000만원을 확보해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이는 홍수, 토지개발 등에 따른 유해 훼손 우려와 유해 발굴을 희망하는 유족의 고령화 등으로 조기 추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동조사단은 이번 발굴조사에서 유해 40여구를 찾았다. 수습된 유해의 기본감식결과 희생자는 주로 20~3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그 주변에는 희생자 학살에 쓰인 ‘M1’, ‘카빈’ 등의 소총 탄두와 신발, 라이터, 안경, 시계, 허리띠 등 희생자들의 유품 136점도 나왔다.

이곳에서 수습한 유해와 유품은 감식과 보존처리를 거쳐 지난달 27일 세종시 ‘추모의 집’(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관)에 안치됐다.

보은군 아곡리는 2006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선정한 충북도내 우선발굴대상지 6곳 중 한 곳이다.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2일 청주경찰서(무덕관)와 청주형무소, 국민보도연맹 충북도지부 사무실 등 감금됐던 보도연맹원 수십 명이 총살돼 암매장된 곳으로 알려졌다.

아곡리에서 2014년 6월 실시된 유해 시굴조사를 통해 희생자들의 유품을 확인, 이를 토대로 충북도 등에 유해발굴을 요구해 5년 만에 공식 발굴이 이뤄졌다.

서중석(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유해발굴공동조사단 공동대표는 “올해로 여섯 번째 맞이하는 유해발굴사업은 희생자들의 유해를 수습해 적절한 장소에 안치시킴으로써 피해자와 유족들의 한을 조금이나 풀 수 있게 하는 일”이라며 “희생자들에 대해 산자들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윤리적 책무”라고 밝혔다.

서 대표는 “조속히 특별법을 제정해 정부 차원에서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법안심사 중이다.

박찬영 한국전쟁기민간인희생자 충북유족회장은 “긴 세월 구천을 떠돌다 69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세상 밖으로 나오신 조상님들께 후손들로서 참을 수 없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들 수조차 없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 회장은 “중단된 진상규명과 과거사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유족의 한을 풀어주고 추모사업과 인권강화교육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을 백만 유족의 이름으로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충북을 포함해 전국에서 많은 집단 매장지가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유해 훼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희생자 명예 회복과 유족들의 원통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국가 지원으로 유해 발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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