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오는 5월 1일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6.45% 인상한다고 밝힌 가운데 나머지 소주브랜드들도 줄줄이 가격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청주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소주의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서민들의 대표적 술인 소주가격이 오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소주업계 1위 브랜드인 하이트진로는 다음달 1일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6.45% 인상한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소주 가격 인상은 2015년 11월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360㎖)의 공장 출고가격이 병당 1015.7원에서 65.5원 오른 1081.2원으로 오른다. 앞서 오비맥주는 카스와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2016년 11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으로,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 출고가가 현행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4.9%) 올랐다.

따라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등 나머지 소주브랜드들도 도미노 가격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주류 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이번 발표로 인해 내부적으로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며 “그동안 물류비용과 인건비 등이 오른 만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과거 롯데주류는 하이트진로가 2015년 11월 소주 가격을 올린 지 석 달이 지난 2016년 1월 처음처럼의 출고가를 약 6% 인상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도 2016년 11월 오비맥주가 카스의 가격을 올리자 하이트맥주의 출고가격을 평균 6.33% 인상했다.

출고가격 인상에 따라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는 소비자가가 100~200원 가량 오를 전망이며 소주 1병당 4000원에 팔던 대부분의 주점과 음식점에선 5000원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출고가격이 오른 맥주의 경우 5000원에 판매하는 식당과 주점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의 한 시민은 “출고가를 불과 몇 십 원 올리는데 왜 식당이나 주점에선 1000원씩이나 올리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어려운 시기에 그나마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던 소주, 담배 등의 가격을 올리면 세금을 많이 걷는 정부나 수익이 늘어나는 주류업체는 웃을 수 있겠지만 서민들은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기획재정부가 현행 주세 체계를 고치기 위해 다음달 초 개편안 공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주류업체들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일단 가격을 올리고 보자는 식의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이 많다”며 “애꿎은 서민들과 자영업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주의 한 식당 대표도 “벌써부터 손님들이 소주 값에 대해서 민감해하고 있어 현재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술값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업주의 부담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주 업체들은 최근 3년간 도수를 낮춰 가격은 올리지 않고 이익을 보전해 왔다. 주정(酒精)에 물을 섞어 만드는 소주는 도수가 내려가면 주정 값이 크게 절감되기 때문에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경우 이 기간 소주 도수를 2도가량 내려 주정 값을 약 1000억원정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소주업체들은 도수를 낮춰 생산비를 절감하고 낮은 도수로 인해 소비량을 높이는 1석2조의 이득을 취할 수 있어 낮은 도수의 소주 브랜드를 앞다퉈 출시해 왔다.

역대 소주 브랜드별 알코올 도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25도(1996년 진로·그린) △23도(1998년 참이슬) △22도(1999년 뉴그린) △21도(2004년 참이슬) △20도(2006년 처음처럼) △19.8도(참이슬후레쉬) △19.5도(2007년 처음처럼·참이슬후레쉬) △19도(2012년 처음처럼·참이슬후레쉬) △18.5도(2014년 참이슬후레쉬) △처음처럼(18도) △참이슬후레쉬(17.8도) △처음처럼(17.5도) △17.2도(2018년 참이슬후레쉬) △17도(2019년 참이슬후레쉬·처음처럼) 순이다.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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