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 요즘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건이 있다. 소위 잘나가는 연예인이었던 빅뱅 멤버 승리가 운영하던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났던 몸싸움 사건이 성 접대 및 마약 거래 정황 의심으로 심각성이 더해지면서 일명 ‘승리 게이트’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 여파로 연예인 정준영의 성범죄도 밝혀져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어떠한 죄의식이나 양심의 가책 없이 여성의 성을 대상화해 노리개로 삼았던 정황이 카톡 대화 내용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나 또한 처음 뉴스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봤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들은 성격 좋고 친절하고 성공한 이미지였다. 이 사건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도 뚝 떨어지게 됐다. 연일 갱신되는 뉴스에서는 더 많은 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됐고 더 심각한 범죄 의혹이 불거졌다.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 기사들 사이에 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해외 거주 한국인들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그런데 인터뷰 내용은 나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승리와 정준영 사태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잘못은 했지만 안타깝다’, ‘성매매에 자유로운 한국 남성들이 얼마나 될까’, ‘승리 카톡 죄라면 한국 남성 다 죄인인가’, ‘야동(불법 촬영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죄인가’ 등등이었다. 대부분 남성이었고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돼 있었다.

나는 기사를 읽은 후 ‘승리 정준영 사태’ 때와는 또 다른 종류의 분노와 허탈감을 느꼈다. 성 평등과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익숙한 시대에 아직도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야동, 특히 불법 촬영물은 철저히 남성의 시각에서 시작된다. 불법 촬영물 안에는 사랑도 없고 스토리도 없다. 단지 대상화된 여성, 남성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요소로 등장하는 여성과 그것을 소비하는 남성만 존재할 뿐이다. 불법 촬영의 대상 여성을 우리의 엄마, 여동생이라고 생각해 보자. 불법 촬영물을 아무 거리낌 없이 볼 수 있을까? 불법 촬영물 안의 여성은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고 이름도 알 필요가 없는 대상일 뿐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벗은 몸을 보고 ‘불법 촬영물을 보는 것도 죄인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성추행, 성폭행의 본질이다.

스웨덴에서는 성폭행범의 자발적 교화를 위해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바뀐 성폭행 영상을 3시간씩 의무적으로 시청하도록 한다고 한다.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원시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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