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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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트롯가수 민지양의 ‘돈’이라는 노래 가사가 재미있다. 잠시 왔다가는 인생 나그네인생, 돈타령에 청춘만가네. 돈 돈 돈 그놈에 돈이 무엇이길래, 개도 안 갖는 돈이더라. 천년만년 살 것처럼 욕심 부리지만 백년도 못사는 것을, 돈에 속고 사랑에 속고 속고사는 인생인데 하루세끼 먹으면 되지. 또 가수 김혜연의 ‘돈타령’의 가사에는 어떤 사람 가진 돈 많아 가만히 앉았어도 떵떵떵, 어떤 사람 가진 돈 없어 아무리 벌려해도 무일푼, 돈아 어디 있느냐. 어디로 숨어 버렸냐. 참으로 애절하다. 또한 흥부가 매품 팔고 하는 돈타령엔 ‘돈 돈 봐라. 돈을 눈에 대고 보면 삼강오륜이 다 보이고, 지화를 손에 다 쥐고 보니 삼강오륜이 끊어져도 보이난건 돈 밖에 또 있느냐 돈 돈 돈아. 얼마나 절박하였으면 엉덩이가 피투성이가 되었는데도 매품 삯으로 받은 돈을 들고 감격하였을까? 이 세상 남녀노소 누구라도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린꼬마들도 용돈욕심을 부리고, 노인들도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서는 돈이 꼭 필요하며, 심지어는 이 세상을 떠나가는 망자에게도 저승 가는데 노잣돈이 필요하지 않던가. 또 돈은 가난한 사람들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조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부호들도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어 한다. 돈은 ‘돈다’는 동사에서 유래하였고,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현재 돈이 없는 사람도 돈이 돌아 부자가 될 수 있으며, 지금 부자인 사람도 돈이 돌아 한순간에 가난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돈은 써야 돈이 들어온다고 하여 늘 적당한 소비를 권장하기도 한다. 우리의 속담에서도 돈의 위력을 강조해 표현 한 사례가 많다. ‘돈이 양반’, ‘돈이 제갈량’, ‘돈만 있으면 처녀 낭심도 산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라고 돈의 위력을 어필하고 있다. 돈이 힘의 상징일 수는 있지만 돈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존경을 받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우리주변에도 돈이 많은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돈 많고 존경받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돈을 벌어 모으기만 하고 쓰지 않는 구두쇠, 자린고비, 수전노 등은 비난과 풍자의 대상이 된다. 흔히 돈은 벌기보다 쓰기가 더 어렵다고 하여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옛 격언이 있다. 이 말을 잘 실천한 한 사례가 있다. ‘맑고 향기롭게 길상화 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이 지난달 17일 서울 ‘길상사’라는 사찰에서 열렸다고 한다. 고 김영한(1916~1999)여사는 젊은 시절 유명한 기생이었고, 중년에는 요정 대원각을 운영했으며, 노년에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헌납해 수행도량으로 거듭나게 한 분이다. 1987년의 어느 날, 김영한 여사는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를 읽다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대원각을 시주해 사찰로 만들었다. 그녀는 법정스님이 말하는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고, 소유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에 깊이 매료되었다고 한다. 대원각은 당시 시세로 무려 1천억 상당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 재산으로 고 김영한씨의 법명을 따 길상화장학회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금년에도 41명을 선정하여 장학금은 1년간 학비 총 7,200만원이 지급되었고, 1994년부터 22년째 이어져 오고 있으며, 올해까지 총 555명의 학생들에게 8억여 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고 한다.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의미 있게 쓰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부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 돈의 가치는 쓰임의 목적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 몇 백만 원의 돈이 수천억 부자에게는 큰 가치가 없겠지만 몇 백만 원의 돈이 없어서 아파도 수술을 못하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생명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은 분명히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다. 하지만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돈이 인생의 목표, 삶의 목적이 된다면 돈에 대한 끝없는 욕심으로 매일매일 부족함을 느끼고 불행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돈이란 잘 쓰면 약이 되고, 잘 못쓰면 독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돈은 최상의 종이고 최악의 주인이다.’라고 했다. 이는 돈을 정당한 방법으로 벌어서 잘 쓰면 최고의 종이 되고, 부정한 방법으로 벌어 잘 못쓰면 최악의 주인이 되어 돈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는 경고이다. 돈은 어디까지나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과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돈을 지배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살이에 더 쉽게 영원히 행복해 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진정한 부자는 억만금의 재산보다 나누고 베풀 줄 아는 한 움큼의 아름다운마음이 부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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