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장학사 영동교육지원청

 

김은주 장학사 영동교육지원청

(동양일보) 우리는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소에서 만나고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들을 통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파악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즐거움을 공유하며 친분을 쌓아간다. 이런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은 책(작가)과의 만남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존경받는 교육지도자 파커 J. 파머와의 만남이 그런 예이다. 처음 작가를 알게 된 것은 헌 책방에서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정해서 사기도 하지만, 여유 있을 때 서점에서 즉흥적으로 끌리는 책을 사기도 한다. 그 날은 교육 분야를 보고 있었는데 『가르칠 수 있는 용기』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교직경력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 책을 보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경력이 쌓여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었던 찰나여서 손에 집어 들었다.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훌륭한 가르침은 하나의 테크닉으로 격하되지 않는다.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온다. 훌륭한 교사가 만들어내는 유대감은 그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 는 글귀는 나를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한참 후 작년에 작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평소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주신 책으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이었다. 처음에는 교육지도자인 줄만 알았던 작가가 정치에 대해서 무언가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색했다. 하지만 조금씩 읽어 나가면서 교육에 이어 정치에서도 마음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술술 잘 넘어갔고, 밑줄도 긋고 잠시 멈춰 생각하며 작가와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처음 읽었던 책보다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 중 ‘다름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하며 생명을 북돋는 방식으로 긴장을 끌어안는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 는 부분이 와 닿았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며 긴장과 갈등 상황에서 내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과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작가가 말하는 것 같았다. 민주주의, 정치, 소비사회를 마음과 연결하여 나 자신 뿐 아니라 사회를 깊이 있게 바라보는 기회를 작가가 만들어 준 것이다. 이렇게 두 번째 작가와의 인연을 맺은 후 한 달 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교사독서동아리에서 친한 선생님이 추천해 준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를 통해서다. 이 책은 작가가 여든 가까이에 출간한 것으로 24편의 짧은 에세이와 시를 통해 나이 듦에 대한 다양한 성찰을 담고 있다. 특히 ‘쇠퇴와 무기력이 아닌 발견과 참여의 통로로 나이 듦의 프레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는 말은 앞으로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다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우리는 여러 공간에서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그들의 삶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가끔은 직접적 만남, 인터넷, 핸드폰을 통한 교감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작가와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의외로 많이 위로받고 큰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다양한 삶의 방식과 사고를 접함으로써 나를 성장하게 하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책을 통한 작가와의 만남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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