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완 충북대 약학대학 명예교수·전 부총장

(동양일보) 1930년대 에틸렌을 중합한 폴리에틸렌(PE)이 우연히 발명된 얼마 후 듀퐁사는 나일론을 개발했다.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기적의 실‘이 2차 세계대전에 미군들이 군용제품으로 사용된 이후 채 100년이 되지 않은 기간 동안 플라스틱류는 유리, 나무, 철, 종이, 섬유 등 대부분 모든 분야에서 이 제품으로 대체되었다. 필요에 따라 유연성과 탄력성, 절연성, 강도와 내구성을 조절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만능 소재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분해되거나 녹슬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워낙 다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쓰고 버려지는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은 강, 호수, 토양 및 바다 등 지구 환경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으로 전환되어 사람의 생명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환경을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오염원(sources)은 플라스틱 쓰레기, 자동차 타이어, 의류, 포장재, 어구(fishing gear), 플라스틱 물병, 화장품들이 분해 또는 붕괴되면서 바닷물은 물론 호수와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미국국립해양대기청(U.S.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에서는 보통 5 mm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로 정의하고 있지만 이는 사전적 의미다. 일반적으로 200mm(마이크로밀리) 이하의 입자다. 플라스틱 소비량의 증가에 의해 미세 플라스틱이 전 세계의 해양에 널리 분포됐다. 2015년부터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로부터 얻은 해양 미세플라스틱 중간보고 자료에 따르면 동서남해 20개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2776개/m3, 부안 모항리가 1만4562개/m3로 가장 높았고, 거제 앞바다에서 7333개/m3, 안산 방아머리가 5929개/m3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국내 수돗물과 생수에서도 리터당 수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2017년 연안에서 잡히는 생선 중 마리당 멸치는 1.04개, 청어 1.20개, 도다리 1.33개 대구 2.40개가 검출됐다. 검출 수준은 낮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마시고 사용하는 물에서도 검출됐다는 점은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6년 98.2 ㎏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비닐 사용량도 2015년 1인당 420개로 압도적이다. 미세 플라스틱을 섭식한 해양 생물에서는 소화기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물리적 폐쇄 또는 손상을 일으켰으며 섭식된 플라스틱의 화학성분이 내장으로 침출되거나 축적됐다. 사람은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바다 어패류나 해초류 및 소금을 섭취할 경우 장기에 축적되어 위해를 일으킬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에는 중금속을 포함한 여러 가지 내분비 교란물질이 들어있다.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인체에 축적돼 건강에 매우 유해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범정부 차원의 근본적 대응방안 마련과 법률제정, 국민들의 의식개선이 절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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